문: https://archiveofourown.org/works/12344961

Ao3의 cheinsaw님, 정말 감사합니다 

원제는 'Song to say goodbye'


시험 끝나신 분들, 노력 안해도 좋은 결과 얻었길 바라고 아직 시험 안보신 분들은 뭐하는 거야 빨리 창 닫고 공부해


고객의 숫자를 늘릴려면 컨텐츠의 가짓수를 늘리면 되겠지


문체에 변화를 꾀하고자 주어+동사->형용사의 기능을 하는 동명사+주어 위주의 서술, 현재형에서 카에데가 엮이면 과거형이 되는 서술의 시차 교차, 그리고 호칭 없이 요비스테(=그냥 이름으로 부르기) 위주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1도 모르겠죠? 괜찮아요. 깔끔하게 무시하세요.


그리고 이제부턴 외래어 그대로 쓸거야. 플러팅을 플러팅이라 쓰지 못했던 과거 이젠 아디오스 사요나라 오르보와다!


항상 한결같았던 카에데. 기억을 싹 지워내도 잊을 수 없었던 명랑한 성격, 다른 사람들을 쥐고 흔들긴 했지만, 마음씨 고왔고, 항상 모두에게서 장점을 찾아낼 준비가 되어 있었지. 이제 마키는 기억한다. 한참 늦었을때 기억해낸다.


세명의 생존자들과 부서진 키보와 시로가네의 잔해를 회수하러 다가오는 팀 단간론파 스태프들. 저항하지 않고 따르는 마키. 바들바들 떠는 사이하라. 울음을 터뜨리는 유메노. 하지만 마키에게는 그 무엇도 상관 없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전부 죽었으니까.

마키는 퇴장 양식과 비공개 합의서에 서명하고선 운영진에게 심리치료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진짜 세계에서의 기억을 복구하고 싶으신가요? 한명이 물어보자, 마키는 눈을 굴리면서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한다. 진짜 기억이라면 적어도 시로가네가 준 암살자 과거에서 한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겠지. 지루하고, 평범할지도 모르지만, 고통스럽지 않고, 가혹하지 않고, 학대와 고문으로 이뤄져 있지 않겠지.

대신 더 최악의 것을 받게 된다.


처음으로 키스했을때, 카에데가 마키에게 허리를 숙이고 서로의 입술이 맞닿았을때 그들은 열두살이었다. 얼굴이 새빨개진채 소리지르는 마키. "방금 그거 뭐야!"


반면 꺄르륵 웃는 카에데. "미리 연습해야 하니까? 크면 남자애들한테 키스해야 할 때가 있지 않을까."

씩씩거리는 마키. 고아원 남자애들은 전부 징그러운걸. 수줍음을 많이 타서일지도 모르지만, 카에데는 마키가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마키의 기억에선 항상 함께였다, 마키의 내향적인 성격과 완벽히 상호보완적이었던 카에데의 외향적인 성격. 어느날 남자들 때문에 헤어지게 된다는 생각에 뒤틀려지는 속.

"난… 그런거 관심 없어." 마키가 그렇게 말하자 카에데는 볼을 부풀리며 뒤돌아섰다. 둘중 그 누구도 두번 다시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카에데와 다른 여자애 3명과 같이 쓰는 비좁은 침실에 누워있을때, 머릿속에서 키스를 몇번이고 재생했다.


죽은 사람들을 생각할때마다 무언가가 마키의 가슴을 옥죄어온다. 카에데와의 기억이 정말로 일어났다는걸 확인하기 위해 몇번이고 팀 단간론파 소속 심리학자의 상담실 문을 두드리게 된다. 어느 대답이 더 나쁜지 모른다; 예 혹은 아니요. 의사가 단순히 살인 게임동안 끈겼던 기억을 복구하는 것뿐이라고 했을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녀와 유메노와 사이하라는 저명한 토크쇼, 잡지 인터뷰, 사진촬영, 파티에 초대된다. 인터뷰 진행자들은 항상 모모타에 대해 물어본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이상 그런 행사에 가지 않는다.


처음이야.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건.


잠을 청할 수 없는 밤(자주 있는 일이다)마다, 낮에 비는 시간이 생길때(항상 있는 일이다)마다 머릿속에서 몇번이고 되풀이되는 그 한마디. 너무나도 생생해서 매번 다시 체험하는 것만 같다. 칼을 움켜쥐는 손. 눈물을 삼키자 메어 오는 목.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건 처음이라고 말하는 입.

하지만 그것마저도 거짓말이다. 그 역겨운 게임의 모든게 그랬듯이. 1~2주 동안 순식간에 피어난, 동경이란 이름의 그 감정은 카에데에게 느꼈던 감정-해가 지날수록 깊은 사랑으로 변한 어린 시절의 우정-과 비교하면 덧없기만 하다. 그냥 비극적인 커플이 좋더라고, 뭔지 알지? 열네살이었을때, 시즌 49 도중 초고교급 무녀가 초고교급 화가의 처형을 멈추러 하다 갈가리 찢어졌을때, 카에데는 그렇게 말했다. 이제 마키는 전부 이해한다. 전부 거짓이야, 전부 사람들의 목숨과 죽음을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면서 심금을 울릴려고 만들어졌지.

누굴 가장 혐오하는지 마키는 모른다: 시로가네, 작가들, 아니면 자기 자신.


씁쓸하고 쌀쌀한 이월의 아침, 마키는 먼저 열일곱살이 되었다. 또 꺼진 고아원의 난방과, 얼음장 같았던 마키의 손발. 비몽사몽 옆에 있는 카에데의 이불을 걷어내고 최선을 다해 파고들었다.


"우웅... 생일 축하해," 눈뜨지도 않고 그렇게 말하던 카에데. 굴러오더니 마키에게 팔을 둘러, 서로의 몸을 밀착시켰다. 마키는 온기에 감사했다. "선물 준비했는데... 나중에 보여줄게."

“으응." 손가락과 발가락 끝으로 퍼지는 온기에 집중하던 마키. 오래 지나지 않아 카에데의 품속에서 다시 잠들었다.

선물은 바로 카에데가 마키와 어린애들 몇명을 청중 삼아 고아원의 낡은 피아노로 연주한 오리지널 송이었다. 마키를 위해 박수치던 모두와, ‘생일 축하해’ 합창을 주도하던 카에데. 그러자 이번이 고아원에서 자란 것을 축하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란걸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서 웃던 마키.

3월의 끝이 가까워질 무렵, 덜 요란하게 찾아온 카에데의 생일. 하지만 마키는 선물을 직접 만드는 타입도 아니였거니와, 카에데의 피아노 솜씨도 없었다. 어느 날 밤 카에데에게 이 사실을 고백했지만 카에데는 웃어넘기면서 선물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너랑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걸!" 그 대답에 콩닥이는 마키의 심장.

그해 봄 단간론파 시즌 52가 방영되고, 계절은 순조롭게 여름으로 흘러갔다. 늘 그랬듯이, 일주일에 한번씩 방과후 PC방에서 어김없이 서로 껴안은 채 고아원에선 보지 못한 회차들을 마저 정주행하던 카에데와 마키. 여름이 가을에 가까워질 무렵 시즌 52에는 6명의 생존자들이 남겨졌고, 팀 단간론파는 시즌 53 참가자 오디션 공고를 올렸다.

단간론파 V3에 출연하고 싶으신가요?
...신청 마감 기간 12/1/20XX
20XX년 4월 1일 기준으로 18세에서 24세 사이여야 할 것... 외관상 16세에서 18세 사이처럼 보여야 할것.
...선택된 참가자들은 20XX년 1월 1일까지 추가 정보를 위해 연락...

소식지를 훑어 보자 마키의 눈에는 문장 몇개만 들어왔다. 전에는 그딴 쇼에 참가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는데, 가능성이 아에 없는건 아니었다: 신청 마감일 거의 2달 전에 18살이 될거니까.

오래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은 떨쳐 버렸다. 자신같은 소녀에겐 끔찍한 생각이니까.

"있지, 우리 곧 고아원에서 나와야 할 나이잖아. 단간론파 참여 오디션 보지 않을래?" 카에데가 물었다.

마키는 손을 뻗어 꽁지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너가 한다면."


둘다 붙었다.


"세상에, 마키, 마키, 왔어," 고아원의 우체통에서 빨갛고 검은 편지봉투 두장을 꺼내면서도 흥분돼서 파르르 떨리던 카에데의 목소리. "아, 못기다리겠어, 지금당장 열어볼거야!"

"일단 안에 들어가자," 칭얼거리면서 썩 내키지는 않지만 현관까지 카에데를 끌고 가려던 마키. "추워…"

"아, 알았어," 그러자 서둘러 안에 들어가던 카에데.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내던지고, 자신의 이름이 적힌 봉투를 열기 전까진 신발을 벗을 생각도 하지 않던 카에데. 마키는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이럴때 카에데를 관찰하는건 항상 즐거웠으니까. "세상에, 마키!"

"너—"

"붙었어! 초고교급 피아니스트! 세상에!"

"내꺼도 열어봐." 그렇게 말했지만 마키는 자신의 봉투에 별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간에 카에데를 축하해줄거지만.

"확실해?"

"으응."

"알았어." 이번엔 더 우아하게 봉투를 열면서도 파르르 떨리는 카에데의 손가락. 그러자—"마키!" 신난 외침. "우린 단간론파에 나올거야!"

"우리 둘다?" 마키는 믿겨지지 않는다.

"우리 둘다! 넌 초고교급 보육사가 될거야! 세상에, 마키, 정말 기뻐!" 마키를 꼬옥 끌어안으면서 꺄르르 웃던 카에데. "우리가 해냈어!"


팀 단간론파 시설은 높은 철책으로 둘러쌓인 커다란 벽돌 건물이었다. 첫 시즌의 희망봉 학원이 그랬듯이. 카에데와 마키는 프론트 데스크에서 체크인했다. 비록 대부분의 말을 한건 카에데 였지만서도. "시즌 53 참가자들, 아카마츠 카에데와 하루카와 마키요," 자랑스럽게 말하던 카에데. 이름이 적힌 종이에 사인하면서 정갈한 글씨를 훑어보던 마키.


그날은 기다리고 문서를 확인하고 포기 서류를 작성하고 브리핑을 듣느라 순식간에 흘러갔다. 마키는 이번 시즌에서 계획된 자신의 역할과 희망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팀 단간론파 소속 심리학자에게 불러갔다. "하루카와양," 입을 연 의사. "이번 시즌의 다크 호스."

"뭐라고요?" 호기심과 두려움에 똑같이 사로잡힌채 마키는 물어보았다.

"보육사잖아, 그렇지? 애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글쎄요, 그냥 그런데."

"그럼 그게 다른 재능을 위한 위장용 재능이라면 어떨거 같아?"

마키는 발끝만 바라본다. "그건… 괜찮을 거 같네요."

의사는 끄덕이더니 무언가를 끄적였다.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지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저기, 카에데?"


"으응?" 마키와 같이 잘 팀 단간론파 게스트용 침대에서 뒹굴거리던 카에데. 내일부터 시즌 53 촬영이 시작되고, 둘다 잠들 수 없었다.

"할말이 있는데 괜찮아?"

"응, 당연하지! 말해줘!"

마키의 가슴이 납덩이처럼 딱딱해졌다. "원래...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되지만, 그치만, 너라서 말해주는거야... 나는—나는 사실 초고교급 보육사가 되지 않을 거야."

"어? 하지만 합격통지서에는—"

"아니, 아는데, 그치만... 그건 위장용, 이랬어. 내가... 내가 실제로 될 건 바로—" 마지못해 입을 열자마자 눈물이 차오르던 마키의 눈. "초고교급 암살자야."

혼란스러워 보였던 카에데. "암살자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갈라져가던 마키의 목소리. "나는 너처럼—강하지 않아."

"아, 마키..." 멈춰서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카에데. "너가 검정이 될까?"

"모르겠어," 조용한 마키의 대답. "말이 안되는건 아닌데, 그치만..." 나에게는 피해자가 더 어울리는걸,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살아남지 못할거란건 확신했다. 애초에 그럴 계획도 없었는걸. 생존은 카에데처럼 그걸 누려야 마땅한, 강하고 용감한 참가자들의 것이니까.

지금 이 순간이 카에데와 보내는 마지막 밤이 될거란걸 갑자기 깨닫자 울음이 터지면서 몸이 떨리는걸 마키는 느꼈다.

"저기, 괜찮아, 울지 마," 그렇게 말하면서 카에데는 재빨리 일어나 앉아, 마키를 꼭 끌어안았다.

"나, 난 죽을거야," 카에데의 어깨 너머에서 말을 잇지 못하던 마키. "난 죽을거고, 너도 알잖아, 기억을 지우니까 넌—넌 나를 잊어버리겠지."

"마키," 카에데는 말했다. 마키가 두 눈을 바라볼 수 있게 한발 뒤로 물러났다. "난 너를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알았지? 사랑해.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리고 내 마음은 너도 나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영원히 간직할 거야," 두 손으로 마키의 얼굴을 감싸면서 속삭이던 카에데.

"카에데," 흐느끼는 마키. "카에데..."

"쉿," 그렇게 말하면서 카에데는 마키의 이마에 키스를 남겼다. "울지마, 알았지? 오늘밤은 슬퍼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사랑해. 사랑해."

"나도 사랑해," 마키는 눈물을 참으려 하면서 거의 흐느끼다시피 속삭였다. "정말 사랑해."


마키가 기억하는건 그게 마지막이다. 그 후 감옥 안의 교실 바닥에서 일어났다. 빨갛고 검은 세일러복 교복과 암살에 관한 기억과 아스라히 오래된 과거의 어렴풋한 기억속 소녀들과 함께.


이제 마무리되지 않은채 버려질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마키가 두번다시 되돌려받지 못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참으로 끔찍하고 끔찍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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