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뽕짝이 지나가고 나오는 다음 곡의 주인공은 클레페의 앤Anne of cleves, 뮤지컬에서 부르는 대로 하자면 애나 오브 클리브스, 고향 발음대로 하자면 안나 폰 클레페Anna von Kleve! 여섯명 중에서 유일한 외국인은 아니지만, 쨌든 이 극중에선 외국인 기믹을 담당하고 있고, 추가로 걸크러시 기믹도 담당하고 있죠. 다른 왕비들이 모두 자신의 비참했던 결혼생활을 한탄할 동안, 안나는 혼자서 헨리따위에겐 과분한 자신의 멋짐을 노래합니다.

 

활기 넘치고, 별나면서도, 힘들이지 않고도 쿨한 클레페의 안나는 역사의 숨겨진 승리자 여왕이죠. 스물넷이라는 나이에 늙어가는 왕에게 버림받고선, 넘쳐나는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명령하는 남자 없이 거대한 궁전에서 여생을 지내야 했던 만큼, 오래가지 못한 헨리와의 관계에서 그렇게 성공적으로 벗어날 수 있어서 더 행복할수는 없었을 겁니다.  

 

독일의 명문가 율리히-클레베-베르크 공국에서 태어난 안나는 흔히 ‘초상화 사기’ ‘뽀샵질의 원조' 사건으로만 알려져 있지, 그 이혼의 전후사정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원래 안나의 결혼은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 세력에게 포위당한 영국은 독일의 개신교 제후들과 연합하기 위해, 영토는 작지만 부유했던 율리히-클레베-베르크 공국은 강력한 사돈을 얻어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카를 5세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성사되었지만, 헨리의 종교개혁은 루터교의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은 무늬뿐인 개혁이었기에 독일 개신교도 제후연합측에서 협력을 거부하면서 안나의 정치외교적 가치는 떨어졌고, 초상화 사기 논란은 불에 기름을 끼얹었을 뿐이었죠.

 

허나 하나뿐인 딸의 지위 때문에 쉽게 물러날 수 없었던 아라곤의 캐서린과는 달리, 안나는 처음엔 충격을 받긴 했어도 조용히 이혼을 받아들였고, 덕분에 복잡한 국제적 문제를 피할수 있었던 헨리는 대가로 막대한 보상을 선물합니다. 안나는 이혼 이후에도 계속 잉글랜드에 남을 수 있게 되었고, 전 남편 헨리의 여동생으로서의 칭호와 대우를 보장받으며, 리치몬드 궁을 비롯한 궁전 5곳과 막대한 연금을 받으며 풍족한 여생을 누리게 됩니다. 거기에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되면서 사교적인 귀부인으로 거듭나고, 전 의붓자식들과 새 왕비 그리고 백성들 모두에게서 존경받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누린, 어쩌면 이 여섯번의 결혼 소동의 유일한 승리자가 아닐까요. 

 

실제 역사에서의 안나는 딱히 그렇지 않았지만, 유튜브 베댓 중 하나를 인용하자면, '헨리가 안나를 싫어한 이유는 너무 공(攻) 끼가 다분했기 때문.' 

작곡가피셜 음악적 모티브는 리아나, 니키 미나즈 그리고 찰리 XCX. 니키 미나즈가 모티브면서 파워풀한 랩이 들어가지 않은건 아쉽긴 하지만. 아니, 딱히 해밀턴에 미쳐서 그런건 아니고요

 

그럼 이제 모두 Get Down!

 

가사+해설 참고: https://genius.com/Original-west-end-cast-of-six-get-down-lyrics

 

https://www.youtube.com/watch?v=Tazs-98Vp6c


클레페의 앤

 

Sittin’ here all alone 여기 홀로 앉아서

On a throne 왕좌 위에서[각주:1]

In a palace that I happen to own 어쩌다 내 소유가 된 궁전에서[각주:2]

Bring me some pheasant 꿩고기[각주:3] 좀 갖다 주렴 

Keep it on the bone 뼈는 바르지 말고 통째로[각주:4]  

 

Fill my goblet up to the brim 내 잔을 끝까지 가득 채우고

Sippin’ on mead and I spill it on my dress 꿀술을 홀짝이다가 드레스에 흘렸네 

With the gold lace trim 가장자리를 금색 레이스로 장식한 것에 말야[각주:5]   

Not very prim and proper 딱히 단정하고 격식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Can’t make me stop 그래도 나를 멈출 수 없어 

 

I wanna go hunting, any takers? 사냥 가고 싶은데, 올 사람?

I’m not fake ‘cause I’ve got acres and acres 빈말이 아냐, 내 땅은 몇십 에이커는 되거든 

Paid for with my own riches 내가 소유한 재물로 지불한 거라고[각주:6]

Where my hounds at? 내 사냥개들 어딨어? 

Release the bitches[각주:7] 그럼 암캐들을 풀어 

(Woof) (멍)[각주:8] 

Everyday 매일매일 

Head back for a round of croquet, yeah 크로케[각주:9] 한판 때리려 다시 돌아가, 예

‘Cause I’m a player[각주:10] 왜냐면 나는 선수니까 

And tomorrow, I’ll hit replay[각주:11] 그리고 내일이면, 다시 하겠지 

 

You, you said that I tricked ya (tricked ya) 너, 너는 내가 니[각주:12]를 속였다고 했지 (니를 속였다고) 

‘Cause I, I didn’t look like my profile picture 왜냐면 난, 난 내 프사[각주:13]처럼 생기지 않아서

Too, too bad I don’t agree 참, 참 안타깝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해[각주:14] 

So I’m gonna hang it up for everyone to see 그래서 모두가 볼 수 있게 걸어놓을거야

And you can’t stop me ‘cause 그리고 넌 나를 막을 수 없어, 왜냐면

 

I’m the queen of the castle 이 성의 여왕은 나니까  

Get down, you dirty rascal 내려와, 이 더러운 악당[각주:15]  

Get down 내려와

Get down 내려와

Get down you dirty rascal 내려와 이 더러운 악당 

Get down 내려와

Get down 내려와

‘Cause I’m the queen of the castle 왜냐면 이 성의 여왕은 나니까  

 

When I get bored 심심할 때면 나는 

I go to court 궁궐에 가[각주:16] 

Pull up outside in my carriage 밖에다가 내 마차를 세우고 

Don’t got no marriage 아니, 결혼따윈 하는게 아니라니까[각주:17] 

So I have a little flirt with the footman 그래서 하인과 잠시 플러팅 하지 

As he takes my fur 그가 내 모피[각주:18] 옷을 가져갈 동안

As you were[각주:19] 제자리로 

 

Making my way to the dance floor 무도장으로 향하면 

Some boys make an advance 몇몇 남자애들이 전진하네 

I ignore them 나는 무시하지 

‘Cause my jam[각주:20] comes on the lute 루트가 내 곡을 연주하니까[각주:21] 

Lookin’ cute 귀여워보이고 

Das ist gut[각주:22] 이건 좋은걸  

 

All eyes on me 모든 시선은 나한테

No criticism 비난따윈 없어 

I look more rad[각주:23] than Lutheranism 나는 루터교보다 더 쩔어 보이지[각주:24]  

Dance so hard that I’m causin’ a sensation 한껏 춤추다 돌풍을 일으키네  

Okay ladies, let’s get in reformation[각주:25] 좋아 숙녀분들, 개혁을 시작해 보자고 

 

You, you said that I tricked ya 너, 너는 내가 니를 속였다고 했지 

‘Cause I, I didn’t look like my profile picture 왜냐면 난, 난 내 프사처럼 생기지 않아서

Too, too bad I don’t agree 참, 참 안타깝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해 

So I’m gonna hang it up for everyone to see 그래서 모두가 볼 수 있게 걸어놓을거야

And you can’t stop me ‘cause 그리고 넌 나를 막을 수 없어, 왜냐면

 

I’m the queen of the castle 이 성의 여왕은 나니까 

Get down, you dirty rascal 내려와, 이 더러운 악당  

Get down 내려와

Get down (you dirty rascal) 내려와 (이 더러운 악당) 

Get down 내려와

Get down 내려와

‘Cause I’m the queen of the castle 왜냐면 이 성의 여왕은 나니까  

 

Now I ain’t sayin’ I’m a gold digger 지금 내가 골드 디거[각주:26] 라고 말하는건 아냐 

But check my prenup, and go figure 하지만 내 혼전 합의서를 확인하라고, 이해가 안 되나[각주:27] 

Got gold chains 이 금 체인[각주:28]을 보라고

Symbolic of my faith to the higher power 권력자를 향한 내 믿음을 상징하지 

In the fast lane 추월 차선에서 

My horses can trot up to twelve miles an hour 내 말들은 시속 12마일까지 걸을수 있다고[각주:29] 

Let me explain 내가 설명할게

I’m a Wienerschnitzel, not an English flower 나는 비너[각주:30] 슈니첼[각주:31]이지, 영국의 꽃[각주:32]이 아니라고

No one tells me I need a rich man 누구도 나한테 부자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없어

Doin’ my thing in my palace in Richmond 리치몬드에 있는 내 궁전에서 내 할일 할테니까

 

You, you said that I tricked ya (tricked ya) 너, 너는 내가 니를 속였다고 했지 (니를 속였다고) 

‘Cause I (I), I didn’t look like my profile picture (no no) 왜냐면 난 (난), 난 내 프사처럼 생기지 않아서 (아니 아니)

Too, too bad I don’t agree (too bad I don’t agree) 참, 참 안타깝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해 (참 안타깝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해)

So I’m gonna hang it up (hang it up, hang it up) for everyone to see 그래서 모두가 볼 수 있게 걸어놓을거야 (걸어놔, 걸어놔)

And you can’t stop, you can’t stop me ‘cause 그리고 넌 나를 막을 수,  넌 나를 막을 수 없어, 왜냐면

 

I’m the queen of the castle 이 성의 여왕은 나니까 

Get down, you dirty rascal 내려와, 이 더러운 악당 

Get down (yeah, c’mon, ha!) 내려와 (예, 어서, 하!)

Get down (get down with me) 내려와 (나와 같이 내려와)

Get down you dirty rascal 내려와 이 더러운 악당

Get down (it’s Anna of Cleves) 내려와 (바로 클레페의 안나) 

(Aha-ha-ha, get) (아하-하-하, 와) 

Get down (ow!) 내려와 (아얏!) 

‘Cause I’m the queen of the castle 왜냐면 이 성의 여왕은 나니까

  1. 이혼 후 안나는 재혼하지 않고 왕의 여동생으로서 영국에서의 여생을 즐겼습니다 [본문으로]
  2. 서문에서 설명한 이혼의 대가였던 궁전들 중 하나. [본문으로]
  3. 꿩은 당시 영국에서 흔히 보이던 사냥감인 동시에, 암컷과 수컷이 생식기 외에도 색깔과 크기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성적 이형성의 예시입니다. 꿩뿐만이 아니라 사자, 공작, 청둥오리 등은 수컷이 더 몸집도 크고 화려한걸 생각해보세요. 영국인인 헨리와 독일인인 안나의 문화적 차이를 가리키는 걸수도 있고, 사냥한 꿩을 안나가 먹는건 이혼(=결혼의 끝=꿩의 죽음)으로서 이득을 얻는 것으로 해석될수 있죠 [본문으로]
  4. 헨리가 안나를 싫어하게 된 이유중 하나는 교양이 없어서라고 합니다. 헨리는 자신을 동화 속 왕자님으로 생각하는 쓸데없이 로맨틱하면서도 자아도취적인 성격이었기에, 처음 만나면 서로 사랑에 빠지리라 믿고 변장을 하고 안나를 찾아가는 특별한 이벤트까지 준비했지만... 막 영국에 상륙한 외국인 안나는 늙고 뚱뚱한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 친근한 척을 하자 시큰둥한 태도로 반응하면서 헨리의 자존심에 장렬히 스크래치를 내버립니다. 그 뒤로는 뭐... [본문으로]
  5. 당시의 독일 패션 트렌드는 다른 유럽권 국가들과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보디스(드레스의 상체 부분)는 깊게 파이고 레이스로 장식되었고, 보통 실크나 모피로 만들어졌고, 영국에서 유행하던 트럼펫 슬리브(팔꿈치 밑에서 넓게 퍼지는 소매)와는 달리 소매는 팔에 달라붙었죠. 대부분의 안나의 초상화를 보면 독일 스타일로 차려입고 있는데, 영국 시점에서 보면 촌스러워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안나는 남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고 패션을 뽐냅니다! [본문으로]
  6. 안나의 친정부터가 부유했고, 거기에 이혼하고 받는 연금까지 합치면- 설명은 필요 없겠지. [본문으로]
  7. 여기서는 명확히 ‘암캐'라는 뜻으로 쓰였기에 ‘쌍년' 정도의 욕설임에도 불구하고 검열되지 않았다. 반항적이면서도 투박한 안나와 어울리게. [본문으로]
  8. 안나를 제외한 이 내뱉는 숨겨진 킬링파트. 정말 친한 친구들을 ‘이년들'이라고 부르는 거에 화답하듯이. [본문으로]
  9. 현대식 크로케가 유명해진건 1860년대지만, 르네상스 시대에서 당구와 유사한 게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본문으로]
  10. 크로케 선수라는 의미로서의 플레이어와, 바람둥이라는 위미로서의 플레이어 둘 다. [본문으로]
  11. 사냥이나 스포츠 등 여가활동을 즐길 시간이 많던 궁중 생활을 생각하면, 리플레이가 크오케의 재경기로도, 곡을 다시 재생하는 것으로도, 단조로운 생활을 반복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 곡의 음악적 모티브 중 하나인 리아나의 첫 싱글 ‘Pon de Replay’를 언급하는 걸수도 있고, 첫 곡 Ex-Wives에서도 비슷한 가사가 나온다: 

    "We're done, we'll start again 끝나면 다시 시작할 거니까 

    Like it's the Renaissance 마치 르네상스처럼"

    어쩌면 여섯명은 매일 이 연극을 반복하는 배우라고 노래하는 제 4의 벽을 넘는 가사일지도. [본문으로]

  12. ya가 주는 투박하고 거친 면을 ‘너’대신 ‘니’로 번역해서 살리고 싶었어요 [본문으로]
  13. 초상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프사(프로필 사진)이라고 한게 포인트. [본문으로]
  14. 안나가 못생겼다고 생각한건 순전히 헨리 뿐이었을지도 모르죠. 아니 헨리에게 아양떨던 간신들도. 결혼 당시 헨리는 49세, 안나는 24세, 거의 2배 차이였는데, 과연 더 못나보였던건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실제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안나는 특출나게 예쁜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입니다. 애초에 초상화를 그린 한스 홀바인이 사기죄(?)로 처벌받지 않은것만 봐도 헨리만의 억지였다는걸 알 수 있죠 [본문으로]
  15. 이 부분은 너서리 라임(동요)의 멜로디에 맞춰서 부른다.

    "I’m the king of the castle, 

    And you’re the dirty rascal!" 

    아이들이 언덕 등의 제일 높은 곳을 차지하는 게임을 할때 부른다고 합니다. 1등은 성의 왕(king of the castle)이고 나머지는 더러운 악당(dirty rascal)이 되는거죠. 이 후렴구는 뭔가 뻐기는 듯이 불려집니다. 마치 헨리에게 굽힐 필요는 전혀 없다는듯이. 추가로 get down은 속어로는 (특히 파티에서) 즐겨라, 춤춰라 정도를 의미한다고 하니 이것도 제 4의 벽을 넘어서 관객들에게 하는 말일지도. [본문으로]

  16. 이혼 후에는 개인적인 생활을 누렸지만, 메리 1세의 대관식 등 공적 행사에는 출석했다고 한다 [본문으로]
  17. 가장 번역하기 어려웠던 가사... don't와 no가 서로를 무효화해서 got marriage, '결혼했다'라고 번역하는게 맞았을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이중부정이 강조의 역할을 해서 '결혼하지 않았다'를 의미했을지도. 하지만 안나는 이미 한번 결혼했다가 이혼했으니 '(내가 해봐서 아는데) 결혼 그거 할 짓이 아냐' 이런 뉘앙스로 추측. [본문으로]
  18. 안나의 부(富)와 앞에서 언급된 독일의 패션 센스를 동시에 가리킨다 [본문으로]
  19. 원래는 왕이나 장교 등이 병사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릴시 사용하는 제식동작 명령. 여왕인 안나가 말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겠지만, 여기선 안나가 스스로의 권한을 발휘하는걸 나타낸다 [본문으로]
  20. 노래나 영화가 my jam이라고 하면 대략 최애 노래/영화라는 뜻. 최근에는 케이팝 열풍을 타고 노잼이라는 용어가 수출돼서 그런 뜻으로도 쓰인다는듯(너 노잼이다 = You got no jam) [본문으로]
  21. ‘My song is on the radio’이라는 표현을 중세시대 악기로 재해석한 문장. [본문으로]
  22. 바로 직전 노래였던 하우스 오브 홀바인에서. [본문으로]
  23. Radical의 약자. 원래는 근본적인, 철저한, 급진적인, 과격한, 급진주의자, 과격파 등을 뜻하지만, 속어로 쓰이면 ‘쩐다’ 정도로 번역된다. [본문으로]
  24. 루터교는 1521년에 성립되었고, 안나는 1515년에 태어나서 1557년 사망했으니 시간대상으로 맞는다. 종교개혁 지지자였던 토머스 크롬웰이 안나와의 결혼을 주선한 것도 안나의 형제 빌헬름이 루터교 신자였기 때문이었다고. 참고로 이혼 이후 크롬웰은 ‘폭탄을 소개한 죄'로 처형당한다. 훗날 헨리 8세는 크롬웰을 죽인걸 후회했다는게 더 웃긴 코미디지만. [본문으로]
  25. 개혁, 개선 등을 의미하지만, 두 번의 종교 개혁을 의미할수도. 헨리 8세가 을 위해(...?) 일으킨 개혁과, 루터의 개혁.  [본문으로]
  26. 돈을 목적으로 남과 교제하는 여성. 물론 그 반대도 일컫는다. 원래는 금광꾼, 사금꾼, 황금광을 뜻했지만 지금은 그런 의미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본문으로]
  27. 카니예 웨스트의 노래 Gold  Digger의 가사를 오마주.

    "(She give me money) Now, I ain’t sayin' she a gold digger

    (When I’m in need) But she ain’t messin' with no broke n*ggas"

    딱히 돈 때문에 한 결혼은 아니지만, 이혼이 막대한 재산을 가져다줬다고 노래하는 안나.

    [본문으로]

  28. 현대 가수들이 보석이나 스포츠카를 뽐내는 것처럼, 마차의 체인과 초상화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십자가 목걸이를 뽐내는 허풍섞인 가사. [본문으로]
  29. 변환하면 시속 19.31 킬로미터, 초속 5.36 미터. 그렇게까지 빠르다고는 할 수 없는 속도지만, 너를 추월하는데는 뛸 필요도 없다는 자신감을 과시하는 가사. [본문으로]
  30. 비너wiener 자체는 프랑크푸르트 소시지의 파생류인 비엔나 소시지를 의미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Vienna, 독일식으로는 빈Wien에서 유래했기에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비너/위너라고 불리죠. [본문으로]
  31. 슈니첼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고기 요리로, 직역하면 ‘얇은 고기'란 뜻이며 빵가루를 얇게 입힌 돈가스 요리 비슷합니다. 오리지널 메뉴인 이 비너(독일어이므로 위너가 아니라 비너. 노래에서도 제대로 발음해줍니다) 슈니첼은 돼지고기가 아니라 소고기를 사용하고 소스를 따로 뿌리지 않는다고 하네요. [본문으로]
  32. 튜더 왕조의 상징은 빨갛고 흰 장미. 헨리 튜더 (미래의 헨리 7세)가 장미 전쟁을 끝내고 새 왕조를 창건할때 장미 전쟁때 서로 대립했던 요크 가문의 상징이었던 흰 장미와 랭커스터 가문의 상징이었던 빨간 장미를 합친 겁니다 [본문으로]

곡의 길이: 짧음

곡의 내용: 영어 독어 말장난 대잔치

번역러: 환장

가사채색러: 해탈

분석러+언어덕후: 마냥 좋음

보다시피 글이 짧다고 해서 번역러한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시모어의 절절한 발라드가 끝나고 트랙에서 바로 다음으로 나오는 곡이 근본없을 뽕짝이란 점에서 여러분은 이 뮤지컬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아셔야 합니다

 

독일 뿐만이 아니라, 한스 홀바인이 돌아다녔을 전 유럽에서 인기있는 하이템포 유로댄스 비트로 흔히 헨리의 두번째 이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의 (문제의) 초상화를 그려낸 곡. 허나 실제로는 은 그럭저럭 선량하게 생긴, 사람 좋아보이는 무난한 인상이었고, 오히려 당시의 헨리가 뚱뚱하고 늙었으면서 눈만 터무니없이 높았던게 진상에 더 근접할 거에요.  

 

유튜브 베댓중 하나가 '나 독일인인데 이 곡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섭다'인 비범한 곡.

 

W를 V로, Th를 Z로 바꾸는 짙디 짙은 독일 악센트로 불러주세요, Haus of Holbein!

 

가사+해설 참고: https://genius.com/Original-west-end-cast-of-six-haus-of-holbein-lyrics

 

https://www.youtube.com/watch?v=E6-69YGRt_w


아라곤의 캐서린 앤 불린 제인 시모어 클레페의 앤 캐서린 하워드 캐서린 파 ALL

 

Welcome to the house 하우스[각주:1]에 어서오시죠 

To the Haus[각주:2] of Holbein 홀바인[각주:3] 하우스에 

Ja,[각주:4] ooh ja, das ist gut[각주:5] 예, 오 예,[각주:6] 이건 좋은걸

Ooh ja, ja 오 예, 예 

The Haus of Holbein 홀바인 하우스

 

Hans Holbein goes around the world 한스 홀바인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각주:7]

Painting all of the beautiful girls 아름다운 소녀들의 그림을 그리네 

From Spain 스페인에서[각주:8] 

To France 프랑스까지[각주:9]  

And Germany 그리고 독일도[각주:10] 

The king chooses one 왕이 한명을 고를 테지만

But which one will it be? 과연 누구를 택할까?[각주:11]  

 

You bring the corsets  

We'll bring the cinches[각주:12]

No one wants a waist over[각주:13] nine inches[각주:14] 아무도 9인치를 넘는 허리를 원하지 않으니까 

So what, the makeup contains lead poison?[각주:15] , ? 

At least your complexion will bring all the boys in 최소한 네 안색은 남자들을 끌어들일걸[각주:16] 

 

Ignore the fear and you'll be fine 두려움을 무시하면 괜찮아질거야 

We'll turn this vier into a nine[각주:17] 우리가 이 4를 9로 바꿔 볼테니 

So just say 'ja' and don't say 'nein' 그러니까 그냥 ‘예’라고 하고 ‘아니오’는 말하지 마 

'Cause now you're in the house 왜냐면 너는 이제 하우스에 있으니까 

 

In the Haus of Holbein! 홀바인 하우스에!  

Ja, ooh ja, das ist gut 예, 오 예, 이건 좋은걸

Ooh ja, ja 오 예, 예 

The Haus of Holbein 홀바인 하우스

 

We must make sure the princesses look great 공주님이 근사해 보이도록 확인해야지 

When their time comes for a Holbein portrait 홀바인이 초상화를 그릴 때가 되면 

We know what all the best inventions are 우린 모든 것을 떠받치기 위한  

To hold everything up 최고의 발명품이 뭔지 알고 있지 

Ja, it's wunderbar[각주:18] 예, 그것 참 멋있네 

 

For blonder hair, then you just add a magical ingredient 금발을 위해선 마법의 재료만 더하면 되지

From your bladder 바로 네 방광에서 나온 걸[각주:19] 

Try these heels, so high it's naughty 이 힐좀 신어봐, 고약할 정도로 높은걸[각주:20] 

But we cannot guarantee that you'll still walk at forty 하지만 너가 40대에도 걸을 수 있을지는 보장할 수 없어[각주:21]  

 

Ignore the fear and you'll be fine 두려움을 무시하면 괜찮아질거야 

We'll turn this vier into a nine 우리가 이 4를 9로 바꿔 볼테니 

So just say 'ja' and don't say 'nein' 그러니까 그냥 ‘예’라고 하고 ‘아니오’는 말하지 마 

'Cause now you're in the house 왜냐면 너는 이제 하우스에 있으니까 

 

In the Haus of Holbein! 홀바인 하우스에!   

Ooh ja, das ist gut 오 예, 이건 좋은걸

Ooh ja, ja 오 예, 예 

The Haus of Holbein 홀바인 하우스

  1. 하우스를 집이라는 보통명사가 아니라 홀바인의 스튜디오를 일컫는 고유명사로 해석했어요. 역사가 오래되어 그 특유의 가치를 인정받는 패션 브랜드를 의미하는 패션 하우스라는 단어를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면 음악 장르 하우스를 의미할 수 도 있고. [본문으로]
  2. 표기에서 알 수 있다시피 영어로 house를 의미하는 독어 단어. [본문으로]
  3. 16세기의 독일 화가이자 디자이너였던 한스 홀바인 2세. 안나 뿐만이 아니라 제인 시모어캐서린 하워드의 초상화도 그렸습니다.  [본문으로]
  4. 발음은 '야'처럼 들리지만 의미에 중점을 둬서 '오우 예~' 정도의 느낌이 나게 번역했어요 [본문으로]
  5. 영직역은 ‘That is good’이지만 독어에선 대부분 ‘It’s good’이란 의미로 쓰인대요. 그 미묘한 차이는 무엇이며 그걸 한국어로 설명하자면 ‘이것’과 ‘그것’의 차이일까… [본문으로]
  6. 찰진 독어 악센트로 부르는게 이 곡의 핵심 포인트. Ja는 영어로 Yes니까 이런 느낌일까 싶었어요. 정식으로 라이센스 따면 어떻게 번안할려나 [본문으로]
  7. 표현은 이렇게 했지만 당시 시대를 고려하면 유럽 한정이었을 거에요 [본문으로]
  8. 아라곤의 캐서린은 (현재로 따지면) 스페인 출신. 정작 이 부르는게 웃기지만서도 [본문으로]
  9. 앤 불린은 프랑스 유학파 귀국자녀. 왜 이걸 제인이 부르는 건지 [본문으로]
  10. 안나도 마찬가지로 현대로 따지면 독일 출신. 아니 애초에 앤을 독일식으로 부른게 안나. [본문으로]
  11. 제인 사후 왕비 후보 중에선 안나 말고도 프랑스의 귀공녀 마리 드 기즈(=기즈의 마리)와 밀라노 공작부인 덴마크의 크리스티나도 있었습니다. 다만 당시의 헨리는 이미 1이혼 1참수를 달성한 최악의 남편감이었기에, 마리는 냉큼 헨리 8세의 조카인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 5세와 결혼하고, (훗날 낳은 딸이 바로 메리 스튜어트) 크리스티나는 대놓고 거부했다네요 [본문으로]
  12. Cinch는 복대 같은 것으로 보이는(허리를 가늘어 보이게 한다고 했지만 딱히 코르셋처럼 조인다는 묘사는 없는) Waist cincher의 준말이라고 하네요. 혹은 동물, 특히 말에게 씌우는 안장을 의미할 수 도 있는데, 이건 미모를 위해 동물 이하가 되겠다는 건지 뭔지… [본문으로]
  13. 이때 잠시 무언가를 조이는 듯한 소리가 난 뒤 숨이 막힌 듯한 톤으로 노래를 계속합니다  [본문으로]
  14. 당대 사람들은 현대인들보다 체구가 작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9인치(약 22.86cm)는 지나치게 가는 수치지만, 숫자 9의 영어 발음 '나인'이 독어로 ‘아니오’를 뜻하는 nein과 발음이 유사한걸 고려하면, 그 어떤 허리도 지나치게 가늘지 않다, 즉 가늘면 가늘수록 좋다는 의미로도 해석될수도 있지요. 단 독어 문법에는 맞지 않는 용법이란것 같지만. [본문으로]
  15. 옛날 사람들은 납이나 수은이 독이란걸 몰랐죠… 수은은 가열하면 산화와 환원을 스스로 반복하기 때문에 불사조를 상징했고, 4원소설을 비롯한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에서는 황과 납의 조합물이 금이라고 여겼기에(애초에 원소부터가 다르지만) 둘을 섭취한다면 미모와 불로불사를 얻을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섭취한 결과는…  [본문으로]
  16. 나중에 ‘자신을 보면 환장한 남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노래하는 하워드가 부른다는 점에서 더 의미심장한 가사. [본문으로]
  17. 이 곡을 번역하기 가장 두려웠던 이유… 독어로 숫자 4를 뜻하는 vier(피어)가 두려움, 공포를 의미하는 영단어 fear와 발음이 유사한 것을 이용한 말장난. 그리고 숫자 9를 뜻하는 영단어 nine은 독어로 ‘아니오’를 뜻하는 nein과 발음이 유사해서, 이 문장을 다르게 풀어쓰면 ‘이 두려움(fear)을 아무것도 아닌 것(nein)으로 바꿔 볼게’ [본문으로]
  18. 영번역하면 wonderful이 되는 독어 단어. 원더브라 Wonderbra 라는 ‘모든 것을 떠받치는’ 푸쉬업 브라에서 참고한 걸수도. [본문으로]
  19. 튜더 시대의 화장품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독이나 다름 없죠. 앞에서 얘기했듯이 납이나 수은이 미모를 향상시킨다고 믿었고, 오줌으로 목욕하면 (암모니아 덕에) 머리와 피부가 밝아질거라 믿었다나… [본문으로]
  20. 하이힐이 건강에 끝장나게 안좋다는건 익히 들어 알고 있죠? [본문으로]
  21. 핵심은 '걸을 수 있을지'가 아니라 '40대' 아라곤의 캐서린(50)과 클레페의 앤(41 혹은 42)을 제외하면 모두 40대를 보지 못하고 사망했거든요. 각각 앤 불린(최소 28에서 최대 35), 제인 시모어(29), 캐서린 하워드(19...), 캐서린 파(36). [본문으로]

(일해라 티스토리, 들여쓰기 기능은 왜 없앤 건데?!)

 

그동안 강녕하옵신지요. 저는 다시 뮤지컬 천국/지옥에 빠지고 뜻을 같이하는 새 동지들과 같이 자캐지옥에 빠져있었읍니다. 고증덕후+싸이코 너드를 작전참모로 들이면 매일같이 환상적인 연성을 맛보실 수 있사옵니다

 

I'll Be Here는 오디너리 데이즈 Ordinary Days 라는 뮤지컬의 수록곡으로, 뮤지컬 공식(언젠가 정리해 볼까요)중 하나인 '마지막에서 두번째 곡은 앨범 최고최악의 최루탄'을 훌륭하게 만족시키는 명곡입니다. 

 

저는 (그놈의) 해밀턴 애니매틱으로 이 곡을 접했고, 하루종일 눈물을 쏟은 다음, 바로 연성에 들어갔죠. 

고증덕후라는 것은 9.11 테러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2000년대 초반에 처음 상영한 뮤지컬(몇몇 분들은 눈치채실수도..ㅎㅎ)을 조사한다는걸 의미합니다.

다만 한국에서도 공연 했다는데 가사 봇을 뒤져도 극히 일부분밖에 찾지 못한거하고 뉴욕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건 2011년 6월 15일. 따지자면 작중 배경과 충돌하는게 유이한 한입니다... 깐깐한 고증덕후라 죄송합니다

 

유튜브에 있는 원본은 Lisa Brescia가 부른 버전인데, 애니매틱에서 쓰인 버전은 Rebecca Brierley가 부른 커버 버젼입니다. 가사가 살짝 달라요

더보기

커버 버젼 가사는 파란색으로 처리했습니다!

 

We met, of all places, in front of Gristedes 우리는, 많고 많은 곳 중에서, 그리스테디스[각주:1] 앞에서 만났지

Some freakishly cold winter's day 기막히게 추운 어느 겨울날에

I had on several unflattering layers of wool 나는 어울리지 않는 털옷을 몇겹 껴입었고

He slipped on the ice with his grocery bags full 그는 장바구니가 가득 찬 채 얼음에 미끄러졌어

So I rescued some Fruit Loops he dropped by the curb 그래서 도로 경계석에 떨어뜨린 후루트 룹스[각주:2]를 구출해줬어 

And he made some remark that my smile was superb 그러자 내 미소가 정말이지 최고라는 말을 했고

And I thought that was sweet and I started to go 나는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가려고 했는데

And he said, "Hey, whatcha doing tomorrow? 그가 물었어, "저기, 혹시 내일 뭐하세요?

 

Because I'll be here 왜냐면 저는 여기 있을게요

At the corner of Bleaker and Mercer, tomorrow at 7 블리커가와 머서가의 모퉁이에서 내일 7시에

If you want to meet up, I'll be waiting right here 만약 만나고 싶다면, 바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And in case there are two fellas waiting for you 그리고 만약 두 사람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면

My name's John." 제 이름은 존이에요."

He waved, and then he was gone 손을 흔드더니 그는 사라졌어

 

Needless to say, I went back there to meet him 말할 필요도 없이, 그를 만나러 다시 거기에 갔지

Mostly to see if he'd show, and there he was 혹시나 나타날까 확인하고픈 맘이 대부분이었는데, 거기 있었어

Out in the cold with his jacket pulled tight 추위 한가운데 재킷을 단단히 입고서 말야

He took me to dinner and kissed me goodnight 내게 저녁을 사주고 잘자라는 키스를 해줬지

The next week we went to this terrible play 다음 주에는 정말이지 끔찍한 연극을 보러갔고

And the week after that drank hot chocolate all day 그 다음주에는 하루종일 핫초코를 마셨어

And suddenly, eight or nine months had flown by 그러더니 갑자기, 8이나 9개월이 순식간에 날아갔지

When he said, "Hey, whatcha doing the rest of your life? 그가 이렇게 물었을때, "저기, 남은 인생동안 뭐해?

 

Because I'll be here right beside you 왜냐면 내가 너의 곁에 있을게

As long as you want me to be, there's no question 너가 바라는 만큼 오랬동안, 의심의 여지가 없어

There is nothing I've wanted so much in my life 내가 이 정도로 인생에서 간절히 바랐던게 없었어

This might sound immature 유치하게 들릴지 몰라도

But I'm totally sure you're the one." 너가 바로 내가 원하던 사람이란걸 전적으로 확신해

And we had just begun 그렇게 우리는 막 시작했지

 

We got hitched in September, our favorite month 우리는 9월에 결혼했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달에

With a rock band that played in this old synagogue 오래된 시나고그[각주:3]에서 록밴드가 연주했지

And we bought an apartment on West 17th Street 그리고 우리는 웨스트 17번가에 아파트를 샀고

And talked about children and getting a dog 아이들과 개를 키울까 하는 얘기를 나눴지

 

Our first anniversary came in a flash 눈 깜짝할 새에 우리의 1주년이 다가왔어

And we promised to take the day off 우리 둘다 그날은 쉬기로 했지

He had to stop into his office that morning, and so 그 날 아침 그가 오피스에 들려야 해서

I went walking uptown to this bakery I know 나는 업타운에 있는 베이커리까지 걸어갔지

When I heard on the street what I thought was a joke 길가에서 들었을때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Til I noticed the sirens and saw all the smoke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연기를 보고 말았어 

So I'm running back home with this feeling of dread 그래서 두려움에 휩싸여 집까지 달려오면

To the voicemail he left with the last words he said 음성사서함에 그의 마지막 말이 남겨져 있었어 

 

I'm sorry; I don't mean to ruin your evening 미안, 네 저녁을 이런 얘기를 꺼내서

By bringing up all of this stuff 망치려더건 아니였어

You're probably wondering why I even called you tonight 내가 왜 오늘 밤 불렀는지 궁금해하겠지

Well, today something happened that spooked me alright 그게, 오늘 나를 겁먹게한 일이 있었거든

I saw this storm cloud of papers fall down from the sky, 하늘에서 내려오는 종이 한 무더기를 봤더니

And I thought of that day and I started to cry. 그 날이 생각나서 울기 시작했어

I discovered his Fruit Loops still there on the shelf, 아직도 선반에 있던 그의 후루트 룹스를 발견하고

And I cried, and I couldn’t get hold of myself 울기 시작했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말야

When as sure as I breathe I heard John clear as day 그러다 숨소리 너머로 틀림없이 존이

Saying, "Hey, you're allowed to move on. It's okay 말하는걸 들었어, "저기, 너는 이제 나아가도 돼, 괜찮아

 

Because I'll be here 왜냐면 나는 여기 있을테니까

Even if you decide to get rid of my favorite sweater 너가 내가 제일 좋아하던 스웨터를 치우겠다고 결심하더라도

Even if you go out on my birthday this year 너가 올해 내 생일때 데이트를 가더라도

Instead of staying at home 집에만 있으면서

Letting all of life's moments pass by 네 인생의 순간들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대신에 말야

You don't have to cry 울 필요 없어

 

Because I'll be here 왜냐면 나는 여기 있을께

When you start going back to the places we went to together 너가 우리가 같이 갔던 장소들을 다시 방문하기 시작할 때도

When you take off my ring and you let yourself smile 너가 내 반지를 빼고 스스로에게 웃어도 괜찮다고 할 때도

When you meet some handsome and patient and true 너가 잘생기고 참을성 있고 진실된 사람을 만날 때도

When he says that he wants to be married to you 그 사람이 너와 결혼하고 싶다고 할 때도

When you call him one night, and he meets you downtown 너가 어느날 밤 불러서, 그 사람이 다운타운에서 너를 만날 때도 

And you finally answer him 'Yes.' 너가 드디어 "좋아." 라고 대답할 때도

 

Yes, Jason, I will marry you 응, 제이슨, 너와 결혼할게

I will give you my heart 너에게 내 마음을 줄게

It has taken so long, but I'm ready to start 너무 오래 걸렸지만, 이제 시작할 준비가 됐어

 

Right now, John's whispering "Congrats" in my ear 지금 존이 내 귓가에 "축하해"라고 속삭이고 있어

Cause I finally let myself tell you that I will be here 왜냐면 드디어 내가 너에게 여기 있겠다고 말했으니까

 

 

가사를 숙지하시고 읽어도, 들으면서 읽으셔도 좋습니다! Songfic 종류는 별로 써본적도 번역해본적도 없는거 같은데, 뮤지컬 장르 입문했으니까 앞으로 그럴 기회가 늘어날까요 제가 잘 쓴게 아니라 곡이 명곡인 겁니다ㅏㅏ

 

만에 하나라도 이걸 읽고 자캐들에게 관심이 생겼다면... 언제든지 썰을 풀 준비가 되어있답니다!


그 날도 이렇게 가랑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이었어.

 

마트 앞 거리가 꽁꽁 얼어있었지. 한눈팔면 순식간에 미끄러질 정도로. 오리털 파카에 깊숙히 파묻힌 나는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얼음에 미끄러지는걸 봤어. 그 사람이 떨어뜨린 식료품을 주워줬지. 내 근처까지 날아온 알록달록한 후루트링 시리얼 상자가 눈에 뛰더라고. 너도 알지? 나는 아침식사로 시리얼보다 토스트 파인거.

 

쨌든, 상자를 주워서 건네주는데 그 사람의 손가락이 내 손등을 스쳤어. 추운 날씨에 장갑도 쓰지 않은 손은 차가워야 할텐데 신기하게도 온기가 느껴졌어. 크림을 잔뜩 넣은 핫초코의 색깔이었던 그의 머리에서 전해진 온기였을까. 

 

상자를 건네받으면서 내 미소가 정말 예쁘다면서 다정하게 말 건 그의 눈은 안경 너머에서 빛나고 있었어. 마치 초코칩 같았지만 쿠키에 잔뜩 박혀 있는 초코칩을 발견했을때의 신남으로 가득 차 있던건 오히려 그의 눈이었어. 사람 참 좋다고 생각하고 다시 내 갈 길을 가려고 했는데 내게 말을 걸었어.

 

"저기요, 혹시 내일 뭐하세요?"

 

내일 7시에 머서 스트리트와 블리커 스트리트의 모퉁이에 있겠다고, 만나고 싶다면 거기서 기다리겠다고, 그리고 만약 두명 이상이 기다리고 있다면, 자신의 이름은 앤드루, 앤디라고 불러달라고 했어. 그리고 손을 한번 흔들자 사라졌지.

 

계속 얘기해도 돼? 아, 길가에 사람 별로 없으니까 상관 없다고? 그래, 고마워.

 

말할 필요가 있을까, 다음날 나는 그 모퉁이로 제시간에 맞춰서 갔어. 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냥 그 사람이 다시 와있을까 확인하러 같지. 모퉁이를 돌자 앤디가 거기 있었어. 처음 만났을 때보단 따뜻했지만 여전히 쌀쌀한 날씨에 가죽 재킷을 단단히 껴입고 있었지. 우리는 지중해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저녁을 즐겼어.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달콤했던건 헤어지기 전에 나눈 키스였어.

 

그 다음 주에는 정말 끔찍한 뮤지컬을 보러 갔어.  글쎄,  남주인공이 극 중간에 죽더라니까?! 로미오와 줄리엣에 레 미제라블을 섞은 듯한 이야기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화장실이란 주제로 자본주의를 풍자하는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 아니 애초에 제목부터가 꺼림칙했지만. 시간 되면 우리도 보러갈까?

 

그리고 그 다음 다음 주에는 하루종일 핫초코를 홀짝였어. 앤디의 머리색을 꼭 닮은 핫초코 말야. 나는 쓴맛 취향인데 앤디는 혀가 아릴 정도의 단맛을 좋아하더라. 전에는 핫초코에 마시멜로를 넣어본 적이 없었는데 앤디가 가르쳐 줬어. 마시멜로를 잘 구워서 초콜릿 조각과 크래커로 샌드위치를 만드는 스모어도 앤디가 처음 만들어줬어. 잘 녹은 초콜릿만큼이나 달달한 시간이었지. 그렇게 8-9개월이 쏜살같이 지나갔어.

 

어느 날 앤디가 물었어.

 

“저기, 앞으로 평생 동안 뭐할거야?

 

내가 언제나 네 옆에 항상, 꼭 있을게. 몇달, 몇년, 몇십년동안이라도 네가 바라는 만큼. 살면서 이렇게 간절하게 바랐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아. 유치하게 들릴지 몰라도 내가 평생동안 찾은, 영원히 함께하고픈 사람이 너란걸 확신해.”

 

그렇게 내 인생은 새로운 장을 맞이했지-

 

우리는 9월에 결혼식을 올렸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달이었거든. 그대로 라울 ‘롤리’ 거트리여도 라울 레베르가 되어도 상관 없었어. 그냥 맺어졌다는 사실이 한없이 기뻤던 것 같아. 웨스트 17번가에 있는 아파트를 구해서 아이는 몇 명, 개는 몇 마리 키울까, 하루하루를 그런 얘기로 보내다가 시간 가는줄도 몰랐어. 그저 앤디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좋기만 했어. 꿈만 같은 시간이었지. 

 

어느새 1주년이 눈 깜짝할 새에 다가왔어. 그날은 우리 둘다 일을 쉬기로 했지. 앤디가 오피스에 두고온 걸 챙기려 갈 동안 나는 업타운의 베이커리에 갔어. 집 근처에 초코 크루아상을 기가 막히게 굽는 곳이 있거든. 지난번에 가져온 에클레어도 그 집 꺼야! 어쨌든, 그날도 빵을 한가득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지.

 

…응? 아니, 괜찮아. 우는거 아냐. 계속 얘기할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이상해졌어. 갑자기 조용한 길거리를 뒤덮은, 맨해튼에서는 듣기 힘든, 그것도 지나치게 큰 비행기 소리.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 도시를, 아니 전 세계를 뒤흔든 폭발음. 저 멀리서 피어오르는 붉고 검은 불길과 연기. 이내 물밀듯이 달려오는 사이렌 소리. 혼란에 빠진 사람들이 오열하며 주저안고, 비통에 서로를 껴안고, 수군대는 소리. 

 

갑자기 세상이 멈춘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어. 시청각적 충격에 압도당해 무너져 내릴것만 같았어. 천년같은 10초가 흐른 뒤에야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어. 거짓말이었으면, 잔인한 장난이었으면, 악몽이었으면. 그래, 이건 꿈이야. 내 인생을 질투한 악마가 악몽을 꾸게 만든거야. 꿈에서 깨면 우리의 1주년 아침일거고, 포근한 이불에 파묻힌 채 앤디의 품에서 깨어날 거고, 내 기척에 일어난 앤디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거고, 너가 죽는 악몽을 꿨다고 하면 웃는 얼굴로 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면서 나는 절대 너를 두고 사라지지 않겠다고 말하겠지. 

 

그런데도 끔찍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어.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수 없어서 계단으로 달려갔어. 몇번이고 미끄러지고 구를뻔했는지 몰라. 그래도 상관 없었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 열쇠를 꽂고 현관문을 열었을때 신발 한 켤레의 부재를 발견하자마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 봉투를 떨어뜨리자 빵이 바닥에 나뒹구는걸 무시하고 음성사서함을 확인해 봤더니

 

 

 

앤디의 마지막 말이 남겨져 있었어.

 

 

 

……아, 미안해. 우울한 얘기로 저녁을 망치려던건 아니였는데. 그럼 내가 왜 불렀냐고?

 

그게, 오늘 있는줄도 몰랐던걸 발견했어.

 

천장에 후루트링이 아직도 있더라고. 그걸 보자마자 무릎부터 무너져 그대로 주저 않았어. 그때 울다 울다 지쳐서 나오지 못한 눈물까지 쏟아서, 미친 사람처럼 오열했는데, 어느 순간 앤디가 속삭이는 소리가 처음 만난 날의 하늘보다 맑게 들렸어.

 

지금부터 너의 인생을 살아도 된다고. 

 

이젠 괜찮다고. 자신은 언제나 옆에 항상, 꼭 있을테니까. 자신이 제일 좋아하던 스웨터를 치우겠다고 결심해도, 올해 자기 생일때 데이트를 가도, 집에 있으면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대신 계속 인생을 살아가도, 울 필요 없다고. 

 

우리가 같이 갔던 장소들을 다시 방문할 때도, 손에서 반지를 빼고 그날 이후 처음으로 웃어도, 자신만큼이나 다정하고 끈기 있고 진실된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이 너와 결혼하고 싶다고 할 때도, 너가 어느날 밤 그 사람을 불러서 다운타운에서 만나자고 할 때도, 그래서 그 사람이 오고 너가 마침내 좋다고 할 때도-

 

잠시 통화를 멈추고 거리를 바라보면 저 멀리서 달려오는 그녀가 보여.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은은하면서도 환하게 빛나는 금발은 앤디의 미소만큼이나 밝아. 그런데 평소엔 햇빛을 받으면 그 무엇보다도 찬란하게 반짝이는 페리도트빛 눈은 축축하게 젖어있어. 마지막 몇분동안은 울면서 온 걸까, 아니면 눈물에 눈발이 섞인 걸까. 한껏 상기된 뺨도 추위 때문일까, 아니면 감정이 북받쳐 오른 걸까. 그렇다면 그 감정은 생각조차 못 한 슬픔일까, 아니면 숨길 수 없는 감격일까.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를동안 나는 그녀의 붉어진 눈가를 닦아줘. 마치 앤디가 그랬던 것처럼.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공기가 진정되면 두 사람의 눈이 서로 마주쳐. 지금까지 나눈적이 없는 감정이 타오르고 있어. 쌀쌀한 날씨를 이 새로운 느낌이 따뜻하게 데우고 있어. 

 

그때는 내가 받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엔 내가 주는 입장으로. 양손으로 차갑게 식은 그녀의 두 손을 데우다가, 왼손을 가볍게 감싸고, 며칠동안 코트 주머니를 차지하던 그것을 쥐고서- 

 

“우리, 결혼하자.

 

내 맘을 줄게. 오래 걸렸지만 다시 시작할래. 이제 마음의 준비가 된 거 같아. 그동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앞으로 남은 내 삶을 너와 함께하고 싶은 것 같, 아니, 함께하고 싶다는걸 확신해. 그러니까

 

레이, 레이첼 녹스. 레이첼 거트리가 되어줄 수 있어?”

 

며칠동안, 어쩌면 몇달 아니 몇년동안 꺼내길 망설인 그 질문을 마침내 던지고서, 상자를 열면 녹색 보석으로 장식된 금반지가 반짝여. 마치 지금 울음과 웃음을 동시에 터뜨린 레이의 얼굴처럼. 그 미소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해. 말은 필요 없어. 우리는 서로를 와락 껴안고선 더욱 뜨거워진, 앞으로 평생을 함께하게 될 온기를 나눠. 

 

지금 앤디가 “축하해!” 라고 귓가에 속삭이는게 들려. 내가 드디어 너에게

 

이제는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언제나

 

네 옆에 항상, 꼭 있겠다고 말했으니까.

 

 

  1. 뉴욕의 슈퍼마켓 체인. [본문으로]
  2. 켈로그의 시리얼. 한국에서는 후루츠링이라 부르지만 80년대에는 원어판처럼 후루트 룹스라고 불렀다네요. [본문으로]
  3. 유대교의 사원. [본문으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