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s://archiveofourown.org/works/10293812

Ao3의 taitofan님, 시퀄도 번역허락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제는 'Give A Little' 직역할지 의역할지 어려웠어요. 결국 반 직역 반 의역 너로 정했다


나 자신 그대로 나아갈꺼야의 속편. 단 길이상으로는 단편입니다.


속편답게 FTM 트랜스젠더 슈이치 설정. 자세한 설명은 전편을 참고해 주세요. 지금까지 목격한 LGBTQ 설정중에서도 가장 흔한게 FTM트랜스 슈이치+논바이너리[각주:1] 오마 더라고요. 어느 금손님의 뇌피셜인데 시나브로 퍼진거 같아요. 정말 잘하셨습니다


호칭문제. 아 호칭문제. 성으로 부르는 일본식과 이름으로 부르는 미국식때문에 미치겠어요... 언젠가 얘도 정리해서 가이드라인(?) 올려야지


슈이치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을까. 게임상에서 보여준 거로 봐선 패러디한 그분과는 달리 썩 좋은 관계는 아니였을거 같아. 배우와 각본가라는게 수상하기 짝이 없기도 하고... 아니 애초에 발매 전엔 숙부님이 의혹을 샀잖아? 그렇다고 슈이치가 전혀 의심스럽지 않았던것도 아니고. 배우, 각본가, 탐정... 뭐야 이 집안? 아주 대놓고 노리기라도 한것처럼 수상하잖아...  


화이트데이를 노리고 오매불망 기다려오던 작품은 거짓말같이 장렬하게 4일이나 지각하게 됩니다. 결국 원문 업로드 후 정확히 369일이 지났다고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자기관리 실패라는 변명밖에 없습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인생을 바쁘게 삽니다... 애초에 5일/15일/25일마다 이 블로그가 업뎃되기를 기다리시는 분이 있을리 없잖아? UTC -5(서머타임 반영시 UTC -4)의 시차를 감안하면 14~16일 중 어느 순간이고 한영번역도 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일주일 뒤 25일이면 역대급 작품을 올리겠습니다. 분량도 몰입감도 절망도 역대 기록을 갱신할 정도에요. 이거만 올리고 지금당장 작업 재개할게요. 그때까지 기대해주세요...라는 말은 차마 못하겠고, 기다려주세요, 아니 잊지 말아주세요...


코키치에게서 지나치게 단 초콜릿 한무더기를 받은지 대략 한달 후, 슈이치는 어쩔 줄 몰랐다. 전에는 화이트데이라고 아무것도 살 필요 없었는데. 충분히 쉬웠다. 이론상으로는. 코키치는 자신이 주는 거라면 아무 사탕이나 장신구를 좋아하겠지만, 그치만, 그건 너무 쉬워 보였다. 코키치는 발렌타인 초콜릿을 만들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그럼 자신도 두손으로 직접 뭔가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왜그렇게 걱정하는건지 모르겠슴다. 오마군은 설탕이 있는 거라면, 특히 사이하라군이 만든 거라면 아무거나 먹을거라고요.” 란타로는 슈이치가 직접 만든 컵케이크에 조그만 마시멜로를 올려놓는걸 바라보기만 했다. 바닐라맛에, 순백색 프로스팅(크림), 그리고 아몬드 추출물 조금. 화이트데이의 ‘화이트’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최소한 사이하라군의 남친은 먹을 수 있잖슴까, 전통적인 선물을 주려면 제겐 선택지가 별로 없슴다.”


자기 자신의 고민을 걱정하기보다는 란타로를 도와줘도 괜찮았기에 슈이치는 생각에 잠겼다.


“키보군이 네 장신구 좋아하던거 같던데?” 키보가 란타로의 귀걸이에서 부서져 내리는 햇빛을 바라보는걸 적어도 한번 이상은 눈치챘다. “키보군 꺼도 하나 사주면 되지 않을까? 커플팔찌라던가? 그런거라면 맘에 들어할거야.”


란타로는 매우 조용해지더니 강렬한 표정을 지었다. 거의 일년동안 친구로 지내왔지만, 그 무서운 표졍을 볼때마다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사이하라군, 천재임다. 문 닫기전에 가봐야 겠슴다, 감삼다, 그럼 이만!”


란타로는 슈이치가 한마디 꺼내기도 전에 조리실을 나갔다. 아 이런. 얘기할 사람이 있어서 좋았는데, 하지만 어차피 거의 다 끝났으니까—


“찾았다!  뭐하는—” 등 바로 뒤에서 들린 들뜬 외침에 마시멜로 봉지를 떨어뜨릴 뻔했다. “그거 내꺼야?”

아, 깜짝선물 이었어야 하는데.


“코키치, 오늘은 토죠양을 도와서 교실 청소하는거로 알고 있었는데?” 추가로 설명하자면, 수업에 집중하지 않아서 받은 벌이란 뜻이었다.


“그랬지, 하지만 토죠짱이 나는 더 어지럽히기만 한다고 나머지는 자신이 다 할테니 그만 너를 찾으러 가래. 재밌지!” 슈이치는 조금도 속지 않았다—코키치는 방을 어지렵혀 놓을지 몰라도 쓰레기장 수준까지는 아니였다. 키루미가 인내심을 잃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일을, 그게 뭐든 간에, 일부러 벌여놓았겠지. “그리고 여기 찾았지!  저기, 지금 하나 먹어도 돼?”


약하게 손을 쳐내면서 코키치의 눈에 차오르는 눈물은 자연스럽게 무시했다. 그게 먹힐 리 없잖아.


“너께 아닐 수도 있잖아. 나한테 초콜릿 준 예비학과 여학생 주려고 만든 거일 수도 있고.”


“거짓말은 내 담당이라구, 슈이치짱. 너한테 초콜릿 준 여자애 6명은 넘어. 아 진짜, 그거 여기 있는 내꺼잖아. 딱 하나만 먹으면 안될까? 제바아알?” 풀죽은 아기고양이 같은 표정에 슈이치는 한숨쉬면서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코키치는 환호하면서 완전히 장식된 컵케이크 하나를 집더니 종이껍질을 벗기고 크게 한입 베어물었다. 얼굴은 온통 크림범벅이 되었고, 환한 미소를 지었을 땐 사랑스럽다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진짜 맛있어! 빵 굽는거 정말 잘한다 슈이치짱!”


“ㄱ-고마워. 나… 연습 많이 했어.” 코키치의 표정은 진지해졌지만 지저분한 얼굴 때문에 오히려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신경 쓰지 마. 중요한거 아니야.”


“중요한게 아닌거야, 아니면 말하기 불편한 거야?” 코키치는 컵케이크를 내려놓고 입술에 묻은 크림을 핥았다. “말할 필요는 없지만, 하고 싶으면, 내가 여기 있어.”


과거에 여러번 받았던 제안이기도 했다. 코키치와 오래 있을 수록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었다. 아, 그리고, 이제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서도 알았으니까, 그럼…


“내가 어렸을때, 어머니가 요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시기로 했어. 상상할 수 있는 모든걸 만드는 법을 배웠지. 여기 오기 전 숙부님 댁에 있을 때에도 요리 담당은 나였어. 꽤 잘하는 편이야.” 자신이 무언가를 잘한다는걸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자신의 능력에 꽤 자신감이 있었다. “반의 남자애들 모두에게 초콜릿 만드는거 도와주와셨을때 난 열살이었어.”


“…말하기 싫으면 여기서 끊어도 괜찮아.” 코키치는 마시멜로 봉지를 조리대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손이 떨리는걸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부모님 상대한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부모님으로부터 해방된 방문이 지난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고, 이제 이야기 시작할 시간이라고, 치유를 시작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괜찮아.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코키치는 계속하라고 끄덕였다. “반에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어서, 걔한테도 하나 만들어주고 싶었어. 특별한 거로. 그치만 어머니가, 어…”  아직도 지나치게 달콤한, 특히나 잔인한 말을 할때 항상 쓰던 그 목소리를 들을수 있어서 공허한 웃음만 나왔다. “이렇게 말하셨어, 하지만 메이, 여자애에게 초콜릿을 준다면 모두 너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건 싫지? 그렇고선 초콜릿을 정말 잘 만든다고, 모든 여자애들은 요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정말 착한 딸이어서 자랑스럽다고, 뭐 그런 말들을 계속 하셨어…”


목 안에서 단어 하나하나가 불타오르는것만 같았다. 불쾌감을 토해내고 싶어졌다.


“끔찍해…”


“응. 정말 그랬어.” 기억을 떨쳐내려는듯 고개를 저었다. 할 수 만 있다면, 어머니에 대해서 두번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발렌타인 데이때 아무거나 못 만들어주는거야. 미안해. 사탕 좋아하는거 아는데, 근데—”


“하지만 너가 편안하다고 느끼는게 초콜릿 받는것보다 중요하잖아. 그리고 나 사랑하는거 알고 있으니까, 사과할 필요 없어.”


“고마워…”  클래스메이트중 대다수는 매일 장난만 치는 아이가 둘이서만 있을땐 이렇다는걸 절대 믿지 않을거란 느낌이 들었다. 코키치의 장난만 치는 어린애 같은 페르소나가 아니라 이런 면을 볼 수 있는건 그야말로 특권이었다. “그치만 아직도 기분이 좋지 않은걸. 그래서 다음날 너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에 데려간 거야. 왠지 죄책감이 들어서. 내 말은, 여성적인걸 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가끔 다른 사람이 나한테 한 말이나 강요한게 기억나서, 전부 멀리하고 싶어져.”


코키치가 정말로 이해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않았지만, 실은 이해하지 않기를 바랬다. 적어도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옷장의 80퍼센트는 여성복이었지만 코키치는 그의 남성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증명할 필요는 없었다. 어쩌면 자기 자신도 그렇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래야 할것만 같았다.


처음엔 코키치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서히, 그는 손을 뻗어 슈이치의 손을 잡고선 꼬옥 쥐었다.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말해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하지만 쉽지 않다는거 알고 있어. 넌 나보다 훨씬 안좋은 일을 겪었는데도 계속 강하게 버텨냈잖아! 슈이치짱, 넌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그런 너가 내 남자친구여서 정말 기뻐.”


코키치를 변호할 수 있는 말은 많았다—이유는 다를지더라도 코키치가 괴롭힘을 당해보지 않은건 아니니까. 둘다 서로만의 짐을 짊어져왔다…


하지만 한번의 대화를 나누기에는 충분히 격심한 주제라고 슈이치는 결론내렸다.


“뺨에 크림 묻었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닦아내려는걸 슈이치는 계속 잡고 있던 손을 쥐고선 허리를 숙여, 코키치의 얼굴에서 달콤한 아몬드 크림을 핥아내었다. 그러고선 코키치의 입술을 붙잡고선 이 키스가 말로 나타낼 수 없는 모든 감정을 전달하길 바랬다. 키스가 끝난 후 멍한 미소를 봤을때 최소한 조금이라도 먹혔다는걸 알 수 있었다. “나도 너가 내 남자친구여서 기뻐. 정말 사랑해, 코키치.”


코키치는 슈이치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는 팔을 둘렀다. 슈이치는 웃으면서 얼굴이 새빨개진 남자친구를 껴안았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좋게 흘러갔다.


물론, 이제 화이트데이 깜짝선물이 없지만…


다음날 화이트데이가 되었고, 79기생 B반은, 스트레이트[각주:2] 커플이 한 쌍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텐코와 히미코는 사탕을 나눠먹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비몽사몽한 여자친구에게 사탕을 먹이고 있었다. 키루미와 카에데는 학교가 끝난 뒤 어디로 놀러갈지 얘기하고 있었다. 키보는 란타로의 선물이 하늘에서 내려오기라도 한것처럼 장식된 손목을 바라보았다.


슈이치는 전날 나머지 컵케이크를 전부 코키치에게 주었고, 놀랍게도 아직 두개나 남아있었다. 아니, 지금 책상에서 하나 먹고 있으니까, 하나하고 반개. 아침부터 단걸 먹는다고 설교하고 싶었지만 정신이 다른데 팔려 있었다. 가방 안에 있는 상자에 대해 생각했다. 정말 지금 해도 될까? 아님 둘만 남을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하지만 코키치는 관심받는걸 좋아했으니까…


“오마군?” 혀끝에 남자친구의 성을 담는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클래스메이트들 주변에서 평소대로 행동하는건 조금 부끄러웠다. “그…  그거 말고도 또 다른거 줄게 있어.”


원래 코키치의 생일선물이었지만, 그때까지 보충기간이 세달이나 남아있었으니까, 그렇게 걱정되진 않았다.


“응? 사이하라짱 다른거 준비 안해도 되는데!” 컵케이크 마지막 한입을 삼킬때 눈이 반짝거렸다.  “그래도 정말 기뻐!”


클래스메이트들 주변에서 사용하는 페르소나를 연기할때 쓰는 어린아이같은 말투였지만 슈이치는 눈에 서린  진심어린 감사를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있게 가방에서 상자를 꺼내 코키치에게 건내줄 수 있었다. 기대감에 가득찬 웃음과 함께 코키치는 상자를 열었다.


“…사이하라 슈이치, 계속 이렇게 우주 최고의 남친이 되면 졸업하기 전에 프로포즈 해버린다.”


반의 대다수가 둘을 바라보자 슈이치의 얼굴은 새빨개졌다. 한편 코키치는 상자에서 스웨터를 꺼내 감탄하느라 바빠서 신경쓸 여유는 없었다. 어느날 캠퍼스 밖 상점 쇼윈도에서 발견하자마자 자신의 옷장 절반과 어울릴 거라면서 한눈에 사랑에 빠졌었다. 그래서 수술비를 위한 돈을 모두 저축해두자 값비싼 분홍색 시폰 가디건을 위한 돈을 따로 모으기 시작했다. 코키치가 이렇게 기뻐하는걸 보니 그 모든 것이 충분히 가치있었다.


점원이 여자친구를 위한건지 물어보지 않아도 할수 있었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남자친구거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을때 그 표정은 좀 웃기긴 했다.


“오늘밤 입어도 될거 같은데? 그러니까, 같이 저녁 먹고 싶으면…” 코키치가 가지고 있는 라일락색과 자두색 체크무늬 치마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여성 패션은 그의 특기가 아니였을지 몰라도, 코키치가 뭘 입으면 귀여워 보이는지는 알고 있었다. “너무 화려한건 말고, 그치만 놀러나가면 좋을것 같아서.”


코키치는 조심스럽게 가디건을 다시 개어 상자 안에 집어넣었다. 신나서 끄덕이는 내내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좋아! 정말 좋아하는 슈이치랑 놀러가는건 항상 재밌는걸!” 반의 누군가의 숨이 막히는 소리를 들었다. 슈이치는 츠무기일거라고 확신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한건지 깨닫자마자 불안하게 킥킥 웃었다. “내 말은, 정말 좋아하는 사이하라짱!”


슈이치는 고개를 젓더니 작은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괜찮아. 나 때문에 사이하라라고 부르는거 알고 있어.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슈이치라고 불러도 괜찮아.” 잠시 멈춰서 그의 허를 찌를 때마다 코키치가 얼마나 멋져보이는지 감상했다. 비록 그를 놀래키는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였지만. “선물 맘에 들어해서 기뻐, 코키치. 해피 화이트 데이.”


과거의 기억이라던가, 설레발치는 교우들이라던가, 그 무엇도 상관 없다. 코키치는 가장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고, 슈이치는 ‘축복받았다’라는 말밖에 떠올릴 수 없다.

  1. 남성/여성 이분법(biary)과는 다른 비-이분법(non-binary) 젠더 [본문으로]
  2. Straight. 이성애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나 사실상 동성애자 커플들만 쓸 수 있는 단어라는게 함정.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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