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좋아하던 소년이 있었다.
시골 할아버지 댁의 툇마루에선 별이 부서져 내린 밤하늘을 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사람이 죽으면 살아있을때 세운 업적만큼 빛나는 별이 돼서 남겨진 사람들을 지켜본다고 말씀하셨다. 소년은 대답했다. 그렇다면 자신은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돼서 전 우주를 호령하겠다고. 소년은 이미 그런 칭호에 걸맞는 업적도 생각해두고 있었다. 일본 최연소 우주비행사가 되어서 우주에서 직접 별을 보는것.
불타는 열정으로 우주비행사가 되는데 필요한 모든 조건들을 찾아봤다. 체력이라던가, 상당한 지력에 정신력. 만만치 않은 조건을 요구했지만 소년은 ‘한계’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았다. 장애물이 있다면, 그것을 딛고 뛰쳐나가야 한다는 엄청나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녔다. 그렇게 열정은 취미가 되고, 취미는 능력이 되었다.. 곧 소년은 별자리만으로 경도와 위도상의 위치를 파악하고 러시아어와 영어로 유창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북극성으로 방향을 찾는것쯤은 이미 누워서 떡 먹는 수준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재능을 찬양했지만, 따지고 본다면 그것은 재능이 아니라 능력이었다. 타고난게 아니라 그가 열정을 불태워 얻어낸 스킬이었으니까. 점점 우주에서 바라보는 미래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꿈을 향해 달려나가던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심부전. 쉽게 말하자면 심장기능상실. 우주에서 직접 별을 본다는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병원 침대에서 보내는 밤이 많아졌다. 가슴의 통증으로 잠들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새우는 시간이 늘어났다. 다만 그 통증이 심장 때문인지는, 아니면 꿈이 부정당했다는 현실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바로 옆 창문으로 밤하늘이 보인다는게 소소한 위안거리였다. 그나마 컨디션이 좋을때는 간호사의 눈을 피해서 옥상에 올라가 도시의 야경과 밤하늘의 대비를 바라볼 수 있었다. 다만 도시에서 보이는 별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도시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꿈은 흐려졌다는 걸까. 아마 그의 꿈도 마찬가지 일거다.
신문에서 자기 또래의 학생들-경찰보다 빨리 살인사건을 해결한 탐정 견습생이라던가, 7연속으로 콩쿨 우승한 피아니스트등-이 희망찬 미래에 먼저 다가가는걸 보면 초조해지고 불안해지고 우울해졌다. 아, 비탄이란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다가, 곧 존재하지 않는 가해자에게 분노하고, 인생이 부정당했다는 우울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현실과 타협하고, 인정할건 인정했다. 비록 그의 꿈은 이룰 수 없는 어린 시절의 환상이 됐지만, 그가 지금까지 노력해서 얻은 이 능력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그 능력만으로도 우주 관련 분야에서 어린 시절의 동경을 마음껏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죽기 전에 우주에 갈 수 있다면-
섬에서 자란 소녀가 있었다.
그 섬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제정신이 아니었다. 섬 전체가 미쳐돌아가서, 매주 제물의 피를 뽑아 ‘신님’에게 바쳐야 했다. 그리고 제물의 시체로 신님의 모습을 조각했다. 그 ‘의식’을 거행하는 무녀는…바로 소녀 자신이었다. 처음으로 신님의 모습을 조각한 날, 헛구역질이 멈추지 않았다. 손이 계속해서 떨렸다. 시체의 풀린 눈동자가 계속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무서웠다. 그 어떤 악몽보다 무서웠다. 당연히 이건 현실이라는 사실은 1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신님이 계신다면, 소녀가 고통받는걸 바랬을까? 모든 생명을 창조하고 소중하게 여긴 신이 인간들이 제물이랍시고 바치는 피를 기쁘게 받았을까? 그렇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들이 신이랍시고 찬양하는 존재는 그들의 환상이 만들어낸 허구일 뿐이다. 소녀는 그렇게 결론내렸다.
살이 깎이고 조각칼의 날이 뼈와 부딪혀 내는 소리는 몇년을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다만 시체로 신님의 모습(이라고 상상할 뿐인 망상)을 구현하는데 익숙해진 자신을 가련하게 여길 뿐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조각하는 것은 재밌었다.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조각칼이 슥슥 움직이면 곧 자신이 머릿속으로 생각한 디자인이 눈앞에 서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걸 보고 내뱉는 감탄의 찬사와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았다. 그렇지만 다른 재료로도 조각해보고 싶었다. 나무라던가, 바닷가의 조개껍질과 돌처럼 색다른 느낌의 조각을 하고 더 많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 섬에 있는한 그런 꿈이 이뤄질 수 없겠지.
어느날 바다 건너의 땅에서 어떤 소년이 방문했다. 온몸을 꽁꽁 감싸고 흐릿한 벌꿀색 눈만 지그시 내놓은, 엄청나게 소름끼치는 인상이었다. 그렇지만 소녀에게는 그가 이 섬에서 빼내줄 신님이 인간화한 모습처럼 보였다. 그날밤 소녀는 신전에서 뛰쳐나와 그 소년이 머무르는 곳으로 달려갔다. 노란 코트에 아끼던 조각칼들만 겨우 챙기고 밤의 그림자를 뒤집어썼다. 그 소년은 소녀가 ‘배’라는 거대한 형체에 몰래 오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 시점에서 소녀의 눈에는 그 소년이 거미줄 한 가닥처럼 가냘픈 희망을 이루어준 밤의 신으로 보이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소녀는 그 배에서 내렸다. 다시 단단한 육지에 발을 딛자마자 무지개색 인파에 휩쓸렸다. 세상에는 그렇게나 다양한 색이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비로소 배웠다. 소녀는 다양한 색을 음미하다가 어느 건물에 멈처섰다. 입구에는 조개처럼 조각한 돌, 새처럼 생긴 조각, 흙 재질로 빚은 듯한 꽃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소녀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구름같은 수염의 노인이 그릇을 만들고 있었다. 소녀는 손짓발짓으로 ‘이곳에서 조각하고 싶다’라는 소망을 표현했다. 천만다행이도 그분은 그녀를 충분히 이해했다.
드디어 소녀는 자신만의 세계를 조각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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