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s://archiveofourown.org/works/12993012/chapters/29709024
Ao3의 tia37님, 감사합니다.
원제는 'voyage without passion or passion'
원작자에게 번역한다는 댓글을 남겼더니, 링크를 소개문에 달아주셨어! 나말고 스페인어 번역도 진행중이더군.
다른 이야기도 번역해도 OK이지만 필수는 아니라네. 뭔소리예요. 당연히 해야죠.
중간에 연재중단되는건 아침드라마 절단신공이나 슈뢰딩거 결말만큼이나 괴롭다고 코다카 보고있나?
이 자리를 빌어 지금까지 번역을 허락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모든 작가분들이 혼쾌히 허락하거나 역으로 감사해주셨는데, 아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어서일까?
애초에 번역 요청을 받았단건 그만큼 필력이 대단했거나 이 장르 한정으로 원작 이상으로 절망적이었다는 간접적 칭찬일 테니.
물론 저처럼 직접 번역하는 번밀레돋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
주석을 달아 설명해야만 했던 세가지 관용어가 있습니다. 이런거까지 정성스럽게 번역하는 내가 참 싫다
야 초고교급 발명가 언젠가 나좀 보자. 넌 제발 그냥 숨만 쉬고 다녀
에구이사르 안에서, 썩어가는 모모타의 시체와 함께, 오마는 생각에 잠겼다.
순진한 성격이었을지 몰라도 모모타는 바보가 아니었다. 절대로. 우주비행사라는 것은 문무겸비를 의미했다. 공학과 기계수리에 능해야 했고, 우주에서 실험을 진행할 수 있을 지식이 필요했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주비행사가 배워야 할 것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우주비행사는 일본어와 영어뿐만이 아니라 러시아어에도 능통해야 한다. 품위있고 호감상이어야 한다. 동료 우주비행사들과 소통하는데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해야 한다. 우주에서 의지할 수 있는건 동료뿐이니까.
그것이 모모타와 오마의 근본적인 차이였다.
모모타는 그들이 살인게임에서 가진건 서로뿐이란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야기할때 모두를 통합하려 했다. 신뢰에 조금만이라도 금이 간다면 깨지기 쉬운 평화가 산산조각 나는 건 시간문제일테니. 한편 오마는 말할때 냉정하고 무자비한 진실을 내뱉었다. 거짓말할 때에도 대화를 자신이 이득을 보는 쪽으로 유도하려는 직설적인 목적을 가지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감정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감정을 약점이라며 떨쳐냈지만 ,그건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없어서 였다.)
모모타를 다혈질이고 예민하다고 단정지은 것은 오마의 실수였다. 그의 예민함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었다. 그의 재능이 그는 보이는 것보다 더 지적이란걸 증명했으니. 시한부였기 때문에 모모타는 오마의 뒤엉킨 계획보다 살인 게임을 더 잘 망쳤다.
"저기, 모모타짱," 오마는 그를 불렀다. 어두컴컴한 조종석 안에선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모모타의 손이 있는 곳을 찾아 꽉 쥐었다. 끈적거렸지만 오마는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만약 내가 직접 이루마짱을 죽이고 시체를 은폐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러면 곤타는 죽지 않았겠지?"
모모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마는 키득거렸다. "응, 알고 있어.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지."
"오마군. 이제 그만 에구이사르에서 나와도 되지 않아?"
에구이사르는 무기였으니까. 그를 죽이고 싶어하는 아무나로부터-예를 들면 주모자라던가-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다. 경호하는 사람 없이 에구이사르에서 나오는 순간, 사이하라가 자신과 모모타의 죽음에 관한 학급재판을 맞이하게 될거란걸 확신했다. 그럼 하루카와는 죽게 되겠지. 모모타에게 살인게임을 끝내겠다고 약속했는데도.
(무엇보다도, 이건 이루마와 곤타 모모타마저 무자비하게 죽인 벌이다. 에구이사르 안에서 혼자 썩어도 싸다.)
"내가 왜? 모모타짱이 있는데. 사이하라짱보다는 백배천배 낫다고!" 오마는 노래하듯 말했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내가 에구이사르에서 나오려면 무엇이든 해줄 거라고, 시체와 하루에 24시간 일주일에 7일 1동안 시체랑 있다면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어?
"오마군, 모두에게서 모모타군의 시체를 숨기고 싶어하는거 알아. 하지만 거기에만 매번 있을 필요는 없잖아."
오마의 조롱. "바보야 사이하라짱? 넌 탐정인줄 알았는데. 내가 에구이사르를 떠나기만 하면 모노쿠마는 다른 세명에게 시체를 보여줄 방법을 찾을 거라고."
사이하라는 망설였다. "교대... 할 수 있어."
용납할 수 없다. 하루카와와는 달리, 그는 죽음의 현장에 익숙하지 않았다. 탐정이더라도 펫 찾기나 불륜 조사 같은 사소한 사건만 맡아왔으니까. 차마 그렇게 친애하는, 순진한 탐정을 더럽힐 수 는 없었다. 사이하라가 단서를 위해 급우들의 시체를 검시했던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건 다른 경우다. 오마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부패한 시체와 악취-
"너가 없어진다면 다른 사람들이 눈치챌거야. 아무도 나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으니까." 아팠지만 이 게임에서 자신이 가장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란건 틀림없는 진실이었다. 이루마와 곤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행이 자신을 받아들일리는 만무했다. 한편 사이하라는 학급재판을 매번 하드캐리하는 사람이었다. 유용하고 예민하고 친절하고 오마는 아닌 모든 것이었다. 그건 사이하라를 오마보다 근본이 착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곤타군의 유언은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달라는 거였잖아. 그리고 넌 거기에 동의했지. 그것도 거짓말이었던 거야?" 사이하라는 압박을 가했다.
사이하라는 결정타를 먹였다. 사실은, 오마는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다. 토죠한테서 요리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고 아마미의 진짜 재능을 알아내고 싶었다(초고교급 생존자의 재능이 아니라 본래 재능을). 안뜰에서 곤타가 곤충을 찾는걸 돕고 싶었고 이루마가 드디어 떡칠 2 방법을 찾고 싶었다. 키보도 ㅈ 3이 달려 있는지(이루마가 하나 만들었는지) 확인하고 하루카와와 트레이닝 하고 (그럼 키가 좀더 커질까) 모모타의 지병의 치료법을 찾고 싶었다.
사이하라의 손을 잡고 싶었고 안뜰에서 별빛 아래 같이 눕고 아마도 사이하라의 부드럽고 약간 튼 입술에 진한 키스를 남기고 싶었다. 사이하라의 품안에 파고들어 그의 조용한 코골이를 듣다가 잠에 빠지고 싶었다. 사이하라가 진정한 자신을 보기를, 거짓말의 가면을 벗기고 자신의 선함을 보기를 원했다.
하지만 결국엔, 오마 코키치는 추악한 거짓말쟁이였다.
"당연하지, 사이하라짱. 내 몸은 70%의 거짓말로 이루어져 있다고! 아니면 그것도 거짓말이라던가?" 오마는 에구이사르를 조종해서 기기의 주먹으로 사이하라의 가녀린 몸을 움켜쥐었다. "내가 이루마짱과 곤타 둘다 죽인걸 잊어버린거야? 너도 손쉽게 죽일 수 있다고."
"넌 그러지 않을 거야," 사이하라는 자신있게 말했다.
"응?" 오마는 진심으로 놀랐다. 사이하라가 이렇게 자신있어 한적은 학급재판을 포함해서도 처음이었다. 그는 로봇의 거대한 주먹에 압사하기 직전이면서도 한점의 의심 없이 오마의 눈을 바라보았다. 오마는 겁주려는 의도로 사이하라를 에구이사르의 조종석으로 가까이 들어 올렸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것마저도 예상에 어긋났다.
"넌 그러지 않을거야. 확신해. 너는 이 모든걸 우리 모두를 위해서 한다는걸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 좀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너는 내 친구잖아, 오마군.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는거 알고 있어."
오마는 입을 열고 무슨 말이든, 아무 말이든 하려 했다. 할 수 있는 말은 무수히 많았다. 명백한 거짓말을 믿을걸 비웃거나, 주모자 행세를 계속하고 사이하라에게 어디까지나 자신은 이루마와 곤타를 죽인 사람이란걸 일깨울수도 있었다. 사이하라와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는 암시를 남긴 뒤 거짓말이었다고 웃어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사이하라를 내려놓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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