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도 목적도 없는 여행-챕터 5.
원문: https://archiveofourown.org/works/12993012/chapters/29709024
Ao3의 tia37님, 감사합니다.
원제는 'voyage without passion or purpose'
결국 3일 연속 연재는 장렬히 실패☆
이렇게 된 이상 10일마다 한번씩 연재하는 걸로 갈까? 10일 20일 30일 이렇게
의도한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챕터 5가 클라이맥스가 되어버렸네.
뭐, 그게 단간론파의 전통이지만.
대체 왜 캐릭터마다 말투가 다른 겁니까... 이 문장을 말하는게 과연 얘일까 아니면 얘가 이렇게 말할까 혹시 캐붕일까 고민하다 피말려 죽는줄 알았어
ㅅㄹㄱㄴ가 연속 33명의 성대모사를 해냈을리 없어. 현실에서도 토가미이시다 아키라 또는 슈이치하야시바라 메구미 아님 모노쿠마즈야마데라 코이치 레벨의 어지간한 레전드 베테랑 초광역계가 아니면 불가능에 가까운걸. 그렇게 가상현실 au에 한표.
그러므로 이 세명이 주역으로 나오는 쇼와 겐로쿠 라쿠고 심중을 꼭 봐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귀가 매우 즐겁습니다.
특히 메구상이 직접 부르신 오프닝 살얼음 심중과 사신의 임종은 귀르가즘 그 자체.
각하 특유의 허스키함이 옅게 깔린 사극 분위기가 매우 엑설런트. 신구지가 좋아합니다
슈이치와 동일한 성우라는걸 아는 순간 입이 저절로 벌어질 것이야.
사이하라의 도움과 함께, 모모타의 죽음에서 아카마츠의 억울한 처형으로 주제를 전환했다. 시로가네를 몰아붙여 주모자임을 자백하게 했다. 시로가네의 말실수를 지적해서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걸 시인하게 함으로서 그들이 남아있는 유일한 인류가 아니란걸 증명했다.
시로가네는 그들이 단간론파라는 게임 쇼에 있다고 말했다. 아카마츠, 모모타와 사이하라의 오디션 영상을 보여 주었다. 모두-특히 사이하라와 하루카와-의 사기를 뚝 떨어뜨리기 충분했다. 오마는 기억이 전부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했었고 그걸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재능을 부여받기전의 그들이 어땠는지 보는건 충격적이었다.
모두가 전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시로가네는 또 하나의 테이프를 꺼냈다. 검은 가쿠란을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서 우물쭈물 하는 오마 코키치였다.
화면에 비친 오마는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주먹을 계속 쥐락펴락했다. "아-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해독불가]입니다. 이 게임에 참가하는 이유는... 그게... 제 자신이 싫기 때문입니다."
오마는 연단을 움켜쥐었다. 목이 더 간지러워졌다.
"자신감이 없다는게 싫습니다. 저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모두가 싫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단간론파 참가자는 기억이 지워지고 새로운 성격을 부여받는다는거 알고 있어요. 지금의 제가 사라지기를 원해요. 게임에서 죽더라도 상관 없어요. 괜찮아요. 합격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자살할 거니까."
한숨을 내쉬니 입술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때묻지 않은 옷을 붉게 물들였다.
"오마군!" 사이하라는 외쳤다.
"제게 심어진 성격이 거짓이라 해도... 그 순간부턴 그게 진실이 되길 원해요."
오마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오마의 오른쪽에 서있던 유메노가 서둘러서 부축했다.
시로가네의 미소가 어째서인지 너무 커 보였다. "오마 코키치는 애초에 메인 악당이 될 캐릭터가 아니였어. 재능이 알려지지 않은 초고교급 학생 아마미 란타로가 아카마츠 카에데의 라이벌이 됐어야 했지. 그런데 이럴 수가? 둘다 첫번째 챕터에서 죽어버렸네! 사이하라군이 아카마츠양을 대체하려는건 계획된 일이었지만 그렇게 빨리는 아니였어. 무언가를 했어야 했지. 이 게임의 흑막을 정할 시간이 없었거든. 그래서, 안지양을 선택했어. 하지만 안지양은 기억나라 라이트를 파괴하기 시작했지. 그런거 허용할 리 없잖아? 그래서 신구지군이 그녀를 죽이게 했어."
히미코는 오마의 허리를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 "안지는... 너 때문에 죽은 것이냐?"
시로가네는 혀를 찼다. "아니 아니. 안지양을 죽인건 신구지군이잖아. 하지만 신구지군의 살인이 탄로나지 않는다면 게임이 끝났겠지. 그래서 차바시라양도 죽이게 했어."
"너..." 히미코의 화난 목소리.
"그리고 네번째 기억나라 라이트로 절망병을 부여했을때 말인데, 오마군, 우리 예상을 뛰어넘었지 뭐야! 각본에서 완전히 벗어났어! 너... 너는 원래 누군가를 죽이고 넘어감으로서 살인게임을 계속되게 했어야 했어. 자신이 흑막임을 인정하고 최대한 오래 학급재판을 연기하지 말았어야 했지. 나를 절망으로 가득 채웠어. 내가 만들어낸 캐릭터가 나를 파괴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넌 정말이지.. 내 최고의 창작물이야." 군침을 흘리는 시로가네의 눈은 반짝였고 꿈꾸는 듯 표정이 멍해졌다.
오마는 이를 갈았다. 자신은 그 누구의 창작물도 아니다. 자신은 그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다. 자신은 그 자신 자체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시로가네의 말이 이해가 갔다.
신구지의 처형 전까지만 해도 그는 단순히 짖궂은, 제일 나쁘게 평가하자면 속임수에 능한 사람이었다. 모두에게 장난을 거는 골칫덩어리. 하지만 네번째 기억나라 라이트 이후로 안의 무언가가 바뀌었다. 그 전까지는 살인은 안된다는 철칙을 고수하고 있었지만, 이루마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걸 알았을때,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대신 그녀를 죽이는 거였다. 또다른 선택지를 무수히 찾을 수 있었다; 가상세계에 접속하길 거부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루마의 계획을 폭로해서 그녀를 피하라고 하거나, 아무거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죽여버렸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죽였기 때문에 곤타도 죽어야 했다.
어째서 조종당하는거란걸 깨닫지 못한걸까?
"아 그리고, 게임을 더 재미있게 할려고 모모타군에게 바이러스를 투여했어. 오마군에게 이식된 것처럼 정신적인게 아니라 진짜 말이야. 절망한 소녀에게 희망을 준 소년이 죽어버려서 떠나게 된다! 그게 널 위해 작성된 이야기야, 하루카와양. 비록 병약 속성은 모모타군에게만 주어졌지만. 다른 사람이 감염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시로가네의 속삭임. "그러게 몇주동안 시체랑 있겠다고 고집 피우지 말지!"
"그럼... 너가 모모타를 죽인거네," 하루카와가 조용히 내뱉었다.
"에노시마"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내가 죽음을 촉진시켰다고 해서 내가 원인이 되는게 아냐. 기억 못하는 거야? 모모타군을 죽인건 바로 너잖아." 하루카와의 입술이 오므라졌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살인게임을 계획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죽지 않았을 겁니다!" 키보의 비난.
"토가미" 팔짱을 낀 모습. "그리고 너... 키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작성된 캐릭터였을지 몰라도, 너는 모든걸 긁어모아서 만들어낸, 유일무이하게 진실된 존재다."
"뭐-뭐라고요?"
"코마에다" 머리를 가리키며 자신을 낮추는 듯한 표정. "너는 이 게임의 목적을 구현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야. 눈치채지 못한거야? 너덕분에 시청자들이 참여할 수 있었지. 너가 들었던 마음 속 소리? 그건 팀 단간론파 공식 사이트의 시청자 투표 결과야."
키보는 충격에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그럴리 없습니다. 그런게 있을리 없지 않습니까?"
"마이조노" 역겹게 상쾌한 미소. "여러분이 그렇게나 용감하게 추구한 진실이예요."
"그건 틀렸어," 오마는 조용히 말했다.
시로가네는 그들이 알고 있던 그녀로 돌아왔다. "으응?"
"오디션 영상에 있는건 우리가 아니야."
시로가네의 조소. "저건 틀림없는 너라고. 나라면 알고 있어, 너희의 오디션을 평가한건 바로 나니까."
"아니, 틀렸어. 사이하라짱은 영상에서도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모자를 똑바로 쓰고 있었다고. 사이하라짱은 모자를 쓸때면 항상 왼쪽 눈을 가리게 기울여서 쓰거든."
사이하라의 눈이 커졌다. "그-그건 맞아. 난 항상 모자를 왼쪽으로 돌려 썼어."
시로가네는 눈알을 굴렸다. "그게 어쨌는데? 아마 오디션 때에는 똑바로 쓰고 싶었나 보지."
"사이하라짱은 모자가 중심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면 항상 왼쪽 눈을 가리게 돌리거든. 이걸 아는 이유는..." 오마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더이상 거짓말은 없이, 오직 진실만을. "이걸 아는 이유는 이 게임의 그 누구보다도 그를 가장 많이 관찰했기 때문이야. 사이하라짱처럼 보이더라도 그건 사이하라짱이 아니야."
"그래서? 사이하라군을 짝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너를 믿어야 하는 거야?"
"응," 오마는 동의했다. 핀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고요했지만 오마는 굳게 서 시로가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누군가를 바로 눈앞에서 완벽히 연기할 수 있는 능력을 선보였잖아, 시로가네짱. 우리의 기억을, 재능을, 인생 전부를 조작했지. 그럼 그 비디오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잖아?"
시로가네는 옅게 미소지었다. "...맞췄네. 대단해. 응, 너희중 아무도 살인게임에 자의로 참가하지 않았어. 너희 전부 일본 방방곳곳에서 납치당한거야."
오마는 심호흡했다. 연단에 기대다시피 해서 다시 똑바로 섰다. 놓으면 다시 쓰러질 거란걸 알고 있었으니까. "시로가네짱, 우리 기억은 전부 조작된 거지? 너는 기억 조작을 피했다는 증거는 없잖아? 팀 단간론파에 이용당하고 있는거야. 제발, 그만해. 이 살인 게임을 멈춰. 이제 내보내줘."
잠시 동안, 오마는 시로가네가 망설이는것 같다고 생각했다. 짧은 시간동안 시로가네가 구원받고 모두와 같이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그 망설임은 사라졌다. "그건 불가능해. 이건 모모타군의 죽음에 대한 재판인걸. 검정에 투표한 시간이야."
"안돼!" 사이하라는 소리쳤다. 그의 건너편에서 하루카와는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
"아니야, 사이하라.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지. 이 재판이 일어나기까지 3주나 걸렸지만, 이제 시간이 다됐어."
"내가 도와줄 수 있다면 아니지," 오마는 속삭였다. 등 뒤에서 마지막 일렉트밤을 작동시켰다.
'이걸 아는 이유는...'의 원문은 ‘I know because’. 그대로 번역하면 ‘…하기 때문에 알고 있어.’가 되겠지. 한국어는 영어와 정반대로 동사가 문장 마지막에 오니까. 이걸 센스있게 번역한 나 아주 칭찬해줘
저 모자 가설의 증거사진을 위키아에서 찾아보시길. 이미지 업로드가 죽어도 안돼서 링크로 대체할게요.
잘 관찰하면 슈이치는 항상 모자가 왼쪽 눈을 가리게 돌려쓴다는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오죽하면 프로필 사진도 모자를 조정하는 포즈라고?
그걸 유념하면 오디션 영상은 확실히 수상해. 오마가 지적한 것처럼 모자를 똑바로 쓰고 있다고.
원래 오디션은 조작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이거로 확신할 수 있을거 같아.
근데 여기서 메구상의 연기가 쓸데없이 절륜한건 함정.
이런걸 눈치채는 사람들은 대체 얼마나 게임을 정독한 걸까? 리스펙트.